방사장에서 아기 반달가슴곰 두 마리가 신나게 뛰어놀고 있다. 어미 가슴반달곰은 돌바닥에 앉아 흐뭇하게 지켜본다. 장난을 치던 아기 반달가슴곰들이 어미에게 쪼르르 달려가 품에 안긴다.
서울대공원 동물원은 올해 1월말 태어난 아기 반달가슴곰 두 마리를 19일 시민에게 첫 선을 선보였다.
가슴 앞쪽에 반달모양(V자)의 큰 흰색 무늬가 있어 이름 붙여진 반달가슴곰은 국제 멸종위기종으로 우리나라에서는 천연기념물 제329호로 지정돼 있다. 한국과 중국 북동부, 연해주 등지의 1500미터 이상 고지대 산림에서 서식하는 반달가슴곰은 곤충의 애벌레와 식물의 뿌리, 나무껍질, 과일 등을 먹는 잡식성 동물이다. 그 중에서도 특히 '도토리'를 좋아한다.
아기곰은 2007년생 아빠 아라리와 2006년생 엄마 쓰리 사이에서 태어났다. 아기 반달가슴곰들의 성별은 아직 알 수 없는 상태다. 나이가 너무 어려 성징이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는데다 인위적으로 확인할 경우 어미가 예민하게 반응할 수 있어서다.
서울대공원은 그동안 반달가슴곰들이 낳은 새끼들을 종 보전을 위해 지리산 종복원기술원에 기증했다. 그러나 최근 지리산에서 반달가슴곰이 태어나는 등 개체수가 증가함에 따라 이번부터 대공원 내에 방사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대공원에서 반달가슴곰을 방사한 것은 10년 만에 처음이다.
함계선 서울대공원 사육사는 "반달가슴곰은 다른 동물보다 학습능력이 매우 뛰어나다"며 "특히 나무를 뽑든 땅을 파든 하나를 물면 절대 놓지 않는 집요함과 고집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어미 반달가슴곰 쓰리는 갓 태어난 아기 반달가슴곰을 품속에서 애지중지 키우는 모습을 보였다"며 "지금도 새끼들이 조금만 안 보여도 두리번거리고 새끼들을 부르는 등 신경을 많이 쓴다"고 말했다.
이날 김포에서 아이와 아기 반달가슴곰을 보러 왔다는 주부 김성희(36)씨는 "반달가슴곰이 멸종위기종이라고 들었는데 이렇게 볼 수 있어서 기쁘다"며 "아기 반달가슴곰들이 건강하게 무럭무럭 잘 자라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최민우 인턴기자 cmwoo1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