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은 18일 문재인 대통령의 강경화 외교부 장관 후보자 임명 강행을 비판하는 논평을 냈다. 정준길 대변인 명의의 이 논평은 지난해 박근혜정부가 조윤선·김재수·조경규 장관 후보자 임명을 강행했을 때 더불어민주당이 냈던 비판 논평에서 ‘장관 이름’만 바꾼 패러디였다.
정준길 대변인은 “야3당의 협치 요청에도 문재인 대통령이 강경화 후보자 임명을 강행했기에 2016년 9월 4일 민주당 이재정 원내대변인의 논평을 되돌려 드린다”고 밝혔다. 지난해 민주당 논평의 오타 ‘접입가경(점입가경의 잘못)’도 그대로 가져다 썼다. 비꼬겠다는 의도를 명확히 한 것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해 9월 4일 “귀 닫고 눈 감은 박근혜 대통령의 불통 행보가 갈수록 접입가경”이라며 “4일 임명된 조윤선·김재수·조경규 장관은 인사청문회 과정을 통해 임명되면 안 될 인사임이 명백히 드러났음에도 박근혜 대통령이 임명을 강행해 국민을 무시한 것”는 취지의 논평을 냈었다.
이 논평에는 “국회 의견을 무시하고 장관 임명을 강행한 박 대통령을 보며, 탈법적 행위까지 항변해야 하는 소수여당인 새누리당이 애처로울 따름”이라는 내용도 담겼다. 18일 한국당은 대통령과 후보자 그리고 정당 이름만 바꾼 채 같은 내용의 논평을 그대로 반복했다.
자유한국당의 이 같은 '패러디 논평'은 거꾸로 '패러디 대상'이 되기를 자처한 것이기도 했다. 박근혜정부가 지난해 조윤선·김재수·조경규 후보자의 장관 임명을 강행했을 때 한국당의 전신인 새누리당도 논평을 냈다. 물론 박근혜 대통령의 강행 인사를 옹호하는 내용이었다. 지금 민주당이 문재인 대통령의 인사를 '불가피한 조치'라며 지지한 논리와 한 치도 다르지 않았다.
지난해 9월 4일 김현아 새누리당 대변인은 박근혜 정부의 조윤선·김재수·조경규 장관 임명을 지지하는 구두 논평을 냈고 이는 언론에 보도됐다. 김 대변인은 “오늘 이루어진 장관 임용은 전문성이 우선적으로 반영된 것으로 판단된다”며 “다만 인사청문회에서 제기됐던 문제점들은 국민 우려가 불식될 수 있도록 해당 분야에서 전문성을 살려 국정에 전념, 좋은 성과를 내주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18일 민주당도 강경화 외교부 장관 후보자의 ‘전문성’을 강조하는 논평을 냈다. 제윤경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문재인 대통령이 국회에 청문보고서 재송부를 요구했지만 야당은 무조건 반대만 외쳐댔다”며 “열흘 앞으로 다가온 한미정상회담을 앞두고 더는 임명을 늦출 수 없는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강 장관이 외교부의 해묵은 순혈주의를 개혁하고 국제무대의 전문성을 십분 발휘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