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햄릿’이 15일에 이어 17일 공연도 취소됐다. 공연계의 고질적인 임금 체불 때문에 발생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제작사인 더길 미디어 측에서 향후 계획을 분명히 밝히지 않으면서 공연 중단 이야기까지 흘러나온다.
뮤지컬계에 따르면 17일 오후 7시 서울 디큐브아트센터에서 공연할 예정이었던 ‘햄릿’은 지난 15일과 마찬가지로 관객이 모두 입장하고 수십여분이 지난 뒤 공연 취소 공지를 했다. 고원영 더길 미디어 대표가 무대에 올라 “스태프와 제작사 간에 문제가 있다. 어떻게든 설득해서 공연을 올리려고 했으나 그러지 못하게 됐다”고 밝혔다.
지난 15일 공연이 취소됐을 때 임금 체불로 인한 제작사와 스태프 사이의 갈등 의혹이 제기됐지만 더길 미디어는 ‘무대 결함’이라고 일축했다. 이와 함께 17일 공연부터 정상적으로 재개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날 또 공연이 취소되면서 임금 체불이라는 주장이 신빙성을 얻게 됐다. 실제로 고원영 대표가 스태프와 제작사 사이의 문제를 언급한 것은 임금 체불을 인정한 셈이다. 이에 따라 지난 15일 거짓해명 때문에 이날 공연장을 찾았던 관객들의 분노가 한층 높아졌다.
사실 임금 체불로 인한 공연 취소 또는 중단은 뮤지컬계에선 새로운 일이 아니다. 그동안 2009년 프랑스 뮤지컬 ‘로미오와 줄리엣’ 내한공연, 2010년 ‘코요테 어글리’, 2014년 ‘두 도시 이야기’, 2016년 ‘록키’ ‘넌센스 2’ ‘불효자는 웁니다’ 등이 임금 체불 논란으로 파행을 겪거나 논란에 휩싸였다.
이런 상황은 국내 뮤지컬 시장이 수요에 비해 공급이 지나치게 많다보니 벌어진 현상들이다. 그렇지 않아도 영세한 제작사들은 관객을 끌기 위해 몸값이 높은 스타 배우들을 앞세워 일단 공연을 올린 뒤 벌어들이는 수익금으로 스태프들의 임금을 지급해 왔다. 이런 식의 돌려막기는 흥행에 실패할 경우 제작사에 더 큰 재정적 압박으로 돌아오게 된다.
이와 관련해 영국 웨스트엔드와 미국 브로드웨이에선 신생 제작사 또는 초심자 프로듀서의 경우 극장협회 등에 전체 제작비의 25% 정도를 공탁금으로 걸도록 의무화 하고 있다. 공연이 흥행에 실패하더라도 대관료와 배우 임금 등에 피해가 가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잇따라 실패하는 신생 제작사나 초심자 프로듀서는 다시는 극장협회에 가입된 공연장을 대관할 수 없는데, 사실상 퇴출된 것이나 다름없다.
한편 ‘햄릿’은 2007년 초연된 이후 신성록 임태경 박건형 박은태 등 내로라하는 남자 배우들이 거쳐간 작품이다. 6년 만에 선보이는 이번 공연은 EMK뮤지컬컴퍼니로부터 공연권을 구입한 더길 미디어의 제작으로 지난달 19일 개막했다. 더길 미디어는 콘서트를 주로 제작해온 업체로 뮤지컬 제작은 이번이 처음이다. 신우(B1A4), 서은광(BTOB), 켄(VIXX), 이지훈 등이 출연중인 ‘햄릿’은 원래 7월 23일까지 공연 예정이지만 현재로서는 지속 여부를 확인할 수 없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