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레사 메이 영국 총리에 대한 영국 국민들의 분노가 커지고 있다. 런던 그렌펠 타워 화재에 대한 대처가 미흡하다는 비판 때문이다.
16일(현지시간) 일간 가디언 등에 따르면 메이 총리는 성명을 통해 화재로 피해를 입은 주민들에게 500만 파운드(약 72억4700만 원) 규모의 보조금을 지급하겠다고 약속했다.
메이는 또 3주 안에 피난민들에게 새 거처를 제공하겠다고 했다. 그는 "이번 비극으로 피해를 입은 모두에게 이처럼 힘든 시기 정부가 그들을 위해 존재하고 있다는 확신을 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메이 총리가 사고 수습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난 여론은 점차 거세지고 있다.
노동당의 제러미 코빈 대표는 메이 총리에게 서한을 보내 500파운드로는 피난민들을 돕기 충분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또 피해 주민을 위한 거처 마련에 더 속도를 내라고 촉구했다.
메이 총리는 이날 부상자들이 입원한 병원과 화재 현장 인근 교회에서 피해 주민들을 만났다. 앞서 화재 현장을 방문했다가 정작 피난민들은 면담하지 않고 돌아갔다는 비난이 거세지자 취한 조처였다.
뒤늦게 민심을 살피겠다며 나섰지만 주민들의 반응은 싸늘했다. 한 주민은 메이 총리를 향해 "이제와서 여기에서 뭐하자는 건가?"라며 "사람들은 사흘 전에 삶을 잃었다"고 항의했다.
메이 총리는 이날 BBC방송과의 인터뷰에선 책임을 회피하려는 듯한 자세를 보여 논란을 키웠다. 그는 정부가 화재 참사의 책임을 인정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다는 지적에 대해 즉답을 피하며 '끔찍한 참사'라는 말만 반복했다.
화재 이후 런던 곳곳에서 진상 규명을 요구하는 시위가 잇달고 있다. 이날도 그렌펠 타워가 위치한 켄싱턴, 총리 관저가 있는 다우닝 스트리트 등에서 수많은 시민들이 거리로 나왔다.
시위대는 '우리는 정의를 원한다'는 구호를 외치며 정부에 책임자 처벌을 요구했다. 일부는 '메이는 물러나라'고 소리치며 보수당 정권의 실책이 참사를 키웠다고 주장했다.
여론조사업체 유거브가 15일 발표한 설문 결과에 따르면 메이 총리의 지지율은 지난 4월 10%에서 이번주 -34%까지 폭락했다. 작년 지지율이 -35%까지 빠졌떤 코빈은 6%로 회복했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