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표절 논란 서울대 교수, 국민일보 의혹 제기 4개월 만에 사직 의사

입력 2017-06-17 18:36 수정 2017-06-17 18:55
박 교수 표절 의혹을 제기하며 서울대에 붙었던 대자보. 서울대 국문과 제공

국민일보가 첫 보도와 후속 보도를 통해 표절 의혹을 잇달아 제기했던 서울대학교 교수가 결국 학교 측에 사의를 표명했다. 국민일보의 보도로 표절 문제가 이슈화 된지 4개월 여 만이다.

17일 서울대 국어국문학과 등에 따르면 이 학과 소속 박 모 교수는 이날 오후 국어국문학과 교수들에게 이메일을 보내 동료 교수들의 권고를 받아들여 학교 측에 사직 의사를 전달했음을 밝혔다. 앞서 국어국문학과는 지난 14일 전체 교수 회의를 열어 박 교수가 최소 4편의 논문에서 표절 행위를 했다고 판단해 사직 권고를 결정 한바 있다.

박 교수의 표절 논란은 그가 2005년 국제비교한국학회가 발간하는 학술지 ‘비교한국학’에 실은 ‘한국 근대문학과 번역의 문제’가 표절이라며 10년 더 지난 지난해 4월 이례적으로 자진철회 한 사실이 가을학기에 뒤늦게 학과에 알려지면서 표면화됐다. 그러나 박 교수는 이 논문 뿐 아니라 같은 학술지에 실은 2007년 논문 역시 적절한 표시 없이 다른 연구자의 논문을 사용한 것으로 알려지는 등 제2, 3의 표절 의혹이 제기되고 있음을 국민일보는 첫 보도했다(본보 2월 9일자 ‘표절 면죄부 3년 징계 시효’). 특히 당시 기사에서는 이런 비리 행위에도 불구하고 3년 전 게재된 논문은 문제가 드러나도 징계할 수 없다는 ‘3년 징계 시효법(교육공무원법)’의 불합리성을 지적하며 제도적 허점을 비판했다.

이어 국민일보는 후속 보도를 통해 박 교수가 각각 2004년, 2008년 한국현대문학회의 ‘한국현대문학연구’에 실은 논문 2편을 비롯해 2015년에 ‘비교한국학’에 쓴 최신 논문에 대해서도 표절이 의심된다는 내용을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어 제기했다(3월 17일자 ‘표절 3년 징계 시효 논란 빚은 서울대 교수 2015년 논문도 표절 의혹’).
국민일보 보도가 기폭제가 돼 한국현대문학회에서는 박 교수의 해당 논문 2편에 대해 심사를 거쳐 표절이라고 판정하고 이를 지난 1일 서울대 국문과에 통보해왔다. 박 교수는 회원에서 제명했다. 서울대 국문과 동료 교수들의 사직 권고를 내리기까지는 가장 관록 있는 한국현대문학회의 이 결정이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서울대 연구진실성위원회는 박 교수의 논문들에 대한 연구 비리 검증 작업을 벌이고 있다. 표절 의혹으로 연구진실성위원회에 제소된 박 교수의 논문은 20편에 달한다. 이 가운데는 징계 시한에 걸리는 최근 3년 내 실은 논문이 세 편이나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학교 당국이 박 교수의 사직을 수락할지는 미지수다. 표절, 성폭력 등 비리 교수들에 대해 적절한 징계 조치 없이 사직으로 처리하는 것이 일종의 면죄부가 아니냐는 비판 여론이 있어왔기 때문이다. 서울대에서는 2013년 당시 정치외교학부 김 모 교수가 2004년 쓴 논문이 예일대 교수 논문의 표절 의혹이 제기되자 연구진실위원회 판정 전에 사직한 바 있다. 당시 이 조치의 적절성을 두고 학내에서 비난 여론이 거셌다. 따라서 이번 박 교수의 표절 의혹에 대해서는 학교 당국이 연구진실성위원회의 판정 여부를 봐가며 해임이나 파면 등 징계 조치에 들어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손영옥 선임기자 yosoh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