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페이스북은 16일 일자리 추경 필요성 설명하면서 “우리는 저마다 가슴뛰는 삶을 위해 꿈을 꾼다”고 시작했다. 정부가 예산안을 이야기하며 인생과 꿈까지 끌어와 이야기하는 방식은 이례적이다. 이어 “내 삶을 바꾸는 일자리”라고 밝힌 뒤 줄을 바꾸어 “추경”이라고 했다. 일자리가 삶을 바꾸는 건 맞는데, 일자리 추경이 삶까지 바꿀지는 불투명하다. 다소간 과장이 섞여 있지만, 애교로 넘어갈만 하다. 배경으로는 문 대통령의 상징인 문(Moon). 보름달이 둥실 떠 있다.
청와대는 추경이 필요한 첫째 이유로 ‘청년 일자리를 늘리는 추경’이라고 했다. 사상 최악의 청년실업 해소를 위해 “해법은 딱 하나, 좋은 일자리를 늘리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중소기업이 청년 세 명 채용 시 한 명 임금 3년간 지원’ ‘청년 구직촉진수당 신설, 구직활동 3개월간 월 30만원씩 지원’ 등의 정책 등을 나열했다. 이번 추경이 지난 대선 문 대통령의 핵심 지지층이었던 청년층의 실업 구제를 위한 것임을 분명히 했다.
둘째 이유는 ‘우리 가족을 지키는 추경’이 꼽혔다. 청와대는 이어 순직 소방관, 과로사 집배원, 삶을 포기한 복지 공무원 숫자 등을 내세우며 사회 서비스를 위한 공적 일자리를 늘리겠다고 이야기했다.
셋째는 ‘세금을 더 걷지 않는 추경’이 꼽혔다. 국채를 발행하는 등 빚을 내서 하는 추경이 아니고 지난해 남은 세금과 올해 더 걷힐 세금으로 일자리 창출에 투입한다는 뜻이다. 담배세 인상과 소득공제 축소 등 4년 남짓 세금 걷기에 올인했던 박근혜정부의 음덕이 영향을 미쳤다. 물론 박 정부가 의도했던 바는 아니겠지만.
넷째는 ‘여성의 삶을 바꾸는 추경’이다. 언뜻보면 이효리를 닮은 여성이 애를 안고 나와 손가락으로 오케이를 표한다. 청와대는 ‘육아휴직 급여 현행대비 2배 인상’ ‘국공립 어린이집 360개소 신설’ 등을 언급했다.
다섯째는 ‘효도하는 추경’이다. 여성의 인생을 바꾸는 데 이어 부모 봉양까지 책임지는 추경이라니. 이쯤 되면 슈퍼맨이 따로 없다. 다른 분야보다 더 빨리 노년층에 대한 혜택은 즉시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어르신 공공 일자리 3만개’ ‘일자리 수당, 월 22만원에서 27만원으로 증액’ 등이 대표 정책으로 나온다.
여섯째는 ‘지역을 발전시키는 추경’이다. 중앙정부가 직접 쓰는 게 아니고 지방정부에 알아서 쓰라고 내려보내는 돈. ‘지방교부세와 지방교육재정교부금 3조5000억원 지원’을 이렇게 소개한다.
일곱째는 결론 격인데, ‘11만개 일자리’라고 했다. 모든 게 다 잘될 경우 그렇다는 뜻이다. 청와대도 이를 의식한 듯 “국민의 삶이 조금이라도 나아진다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해야 합니다”며 “그게 정부고 그게 국가입니다”라고 했다.
논리는 적절하다. 다만 발목 잡는 야3당을 설득해 이를 통과시키는 것도 대통령의 정치력이다. 여소야대에서 아무 것도 못하는 현행 헌법을 바꿀 생각이 없다면, 야당 의원 한명 한명과 접촉해 이를 통과시키는 것까지가 대통령과 정부의 능력이다.
물론 역대 정부 가운데 이를 제대로 해낸 경우는 없었다. 3당 합당이나 DJP 연립정부 처럼 판을 흔드는 꼼수가 아니면 불가능했다. 노무현 대통령이 절절한 심정으로 한나라당과의 대연정을 이야기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청와대가 SNS 추경 통과의 당위성 설파 이전에, 추경 통과 성공을 위한 일곱가지 야당 설득 습관을 마련했기를 간절히 바란다. 맨 마지막 “함께 합시다!” 한마디로는 부족하다.
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