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7분 동안 8,000회에 가까운 심폐소생술을 한 끝에 맥박을 거의 멈춘 환자가 살아나는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났다.
지난 9일 조선일보는 심장 발작으로 쓰러진 30대 심근경색 환자가 77분에 걸친 심폐소생술 끝에 살아나는 기적 같은 일이 벌어졌다고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심근경색 환자 임 모 씨는 지난달 23일 서울 신촌 세브란스 병원에 진료를 받으러 가는 도중 의식을 잃고 쓰려졌다.
10여 분 뒤 119구급대가 현장에 도착했을 당시 임씨의 맥박은 거의 멈춘 상태였다. 구급대원들은 곧바로 심폐소생술(CPR)에 들어갔고 구급차가 세브란스병원 응급실에 도착하고 나서부터 의료진이 심폐소생술을 이어갔다.
일반적으로 심폐소생술 30분이 지나면 생존 가능성이 희박해 시술을 중단한다. 그러나 환자의 나이가 젊어 희망이 있을 것이라 생각한 의료진들은 이에 굴하지 않고 임씨를 살리기 위한 집념을 이어나갔다. 40분이 지나도록 진전이 없자, 의료진은 체외 심폐 순환기(ECMO)를 쓰기로 했다. ECMO 시술을 위해서는 5분 거리의 심도자실로 자리를 옮겨야 했다. 의사 한 명이 침대 위에 올라타 심폐소생술을 계속하는 동안, 나머지 의료진이 침대를 붙들고 달렸다. 마치 드라마 속 한 장면과도 같은 일이 벌어진 것이다.
그렇게 77분이라는 시간이 흘렀고 의사들은 그 긴 시간 동안 무려 8,000회 가까이 심폐소생술을 시도했다. 그 결과 차츰 희미했던 맥박이 정상으로 돌아오기 시작했고 임씨는 의식을 되찾았다.
이 과정에서 임씨의 갈비뼈는 6~7개쯤 부러졌고 전기 충격 여파로 1~2도의 화상을 입기도 했다. 의료진 역시 극심한 체력소모로 거의 탈진 상태까지 이르렀다. 심장내과 위진 교수는 "우리가 포기하지 않으면 기적이 일어날 수 있다는 믿음으로 시술했다"며 당시 심정을 밝혔다.
임씨는 "깨어나고도 1주일이 지나서야 '내가 죽었다가 살아났구나' 실감이 났다. 어떻게 살아 돌아왔는지 신기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임씨의 어머니는 "너무나 훌륭한 의사 선생님을 만나 아들이 살아오니 잔치라도 열고 싶은 마음"이라고 전했다.
최근 국내에서 적극적인 심폐소생술 홍보와 함께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추세이나 선진국에 비해서는 여전히 낮은 편이다. 고령화와 고열량·고나트륨 식단으로 인해 심혈관 질환이 증가하는 한국인의 실정에서는 그 관심이 더욱 절실하다. 언제, 어디서 일어날지 모르는 위급한 상황에서 소중한 생명을 살리기 위해 심폐소생술의 정확한 시술 방법을 인지하고 있을 필요가 있어 보인다. 심폐소생술은 대한심폐소생협회와 대한적십자사 등 관련 기관을 통해 한두 시간이면 간단히 익힐 수 있다.
박슬애 인턴기자 wisei200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