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병원 고 백남기 농민 사망종류 외인사로 수정해 논란

입력 2017-06-15 16:44
“오랜 기간 상심이 크셨을 유족분들께 진심으로 깊은 위로의 말씀과 안타까운 마음을 전합니다. 또한 이번 일에 관련된 분들을 비롯하여 국민 여러분들께 사회적 논란을 일으킨 점에 대하여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합니다.”

서울대병원이 15일 광화문 시위 중 물대포를 맞고 쓰러진 뒤 집중치료를 받다 사망한 고 백남기 농민의 사망진단서를 병사에서 외인사로 고치겠다면서 발표한 사과문이다. 

서울대병원은 이날, 지난해 9월 25일 사망한 백남기 농민 사망진단서의 사망의 종류를 병사에서 외인사로 수정했다고 밝혀 논란이 일고 있다. 

정권이 바뀌자 고 백남기 농민에 대한 입장이 전 정권과 확연히 다른 문재인 정부의 눈치를 보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당초 사망의 종류를 외인사로 하지 않고 병사로 결정했을 때의 정황에 대한 재수사가 이뤄질지가 주요 관심거리로 급부상하게 됐다.

사망원인이 외인사로 수정됨에 따라 백남기 농민을 죽음으로 몰고간 진압과정의 무리함, 이를 별 문제 아닌 것으로 덮으려 한 외압 주체가 있었는지 등에 대한 재수사가 진행될지 여부도 주목된다.
  
서울대병원의 수정 과정은 사망진단서를 직접 작성한 신경외과 전공의가 병원 의료윤리위원회(위원장 김연수 진료부원장)의 권고를 받아들이는 형식을 취했다. 수정된 사망진단서는 유족측과 상의해 발급할 예정이다.

김연수 서울대병원 부원장겸 의료윤리위원장은 “외상 후 장기간 치료 중 사망한 환자의 경우, 병사로 볼 것인지 외인사로 판단할 것인지에 대해 의학적 논란이 있을 수 있으나, 전문가집단의 합의에 의해 작성된 대한의사협회 사망진단서 작성 지침을 따르는 것이 적절하다는 판단을 했다”며 

“전공의는 피교육자 신분이지만 사망의 종류를 판단할 수 있는 지식과 경험이 있고, 법률적인 책임이 작성자에게 있으므로 사망진단서를 직접 작성한 전공의에게 수정을 권고했다”고 해명했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 ks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