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는 힘을 쓰는 종목이기 때문에 통상적으로 신체조건이 좋은 선수들이 유리하다. 하지만 ‘작은 고추가 맵다’는 말이 있듯 덩치가 작다고 무시하면 안 될 듯하다. 최근 프로야구에서 ‘작은 거인’들의 전성시대가 열리고 있다.
올해 한국프로야구(KBO)에 등록된 선수들 전체 평균 신장은 183㎝이다. 그런데 평균 키에 한참 못 미치는 선수들이 맹활약을 펼치고 있다.
작은 거인하면 KIA 타이거즈 유격수 김선빈(165㎝)을 빼놓을 수 없다. 지난해까지 프로야구 최단신 선수였던 김선빈은 올 시즌 놀랄만한 타격감을 자랑한다. 14일 현재 타율 0.362로 1위인 롯데 자이언츠 이대호(0.363)를 단 1리 차로 추격 중이다. 이대호가 194㎝의 거구라는 점에서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으로 불린다.
한화 이글스 정근우(172㎝)는 14일 SK 와이번스전에서 1회 문승원에게 중월 솔로 홈런을 터뜨리며 개인 통산 100홈런 고지를 밟았다. 한국 프로야구 역대 77번째 기록이다. 정근우는 역대 통산 100홈런을 기록한 선수 중 최단신이라는 이력도 가지게 됐다. 종전에는 이순철(173㎝)이었다.
정근우는 2005년 SK에서 데뷔한 이후 호타준족으로 13년째 명성을 떨치고 있다. 같은 팀 소속인 이용규(175㎝)와 함께 10년 이상 국가대표 테이블세터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수비범위도 넓어 상대팀 타자들은 ‘악마의 수비’라며 혀를 내두른다.
‘방년 18세’ 고졸 신인 김성윤(삼성 라이온즈)도 스타 탄생을 예고하고 있다. 김성윤(163㎝)은 김선빈을 제치고 프로야구 최단신 선수로 이름을 올려 화제가 됐다. 김성윤은 빠른 발과 안정된 수비력을 높게 평가받아 지난 4일 1군에 콜업됐다.
수비는 합격점이다. 특히 지난 6일 두산 베어스전에선 2점차로 앞서던 연장 10회말 민병헌의 타구를 다이빙캐치 해 실점을 막아 큰 인상을 남겼다. 김성윤은 “작은 키 때문에 불편하다고 생각해보지 않았다”며 “오흐려 스트라이크존이 좁아져 타석에서 유리하다”고 말했다.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