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양산 한 아파트의 입주민이 ‘시끄럽다'는 이유로 생명줄을 끊어 추락사한 A씨(46)에게 5명의 자식들이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지역 주민들의 온정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8일 양산 시내 한 아파트 옥상 외벽에서 밧줄에 의지해 실리콘 코딩작업을 하던 A씨가 추락해 숨졌다. 이 아파트 입주민 B씨가 A씨가 켜놓은 휴대전화 음악소리가 시끄럽다며 밧줄을 공업용 커터칼로 잘라 추락시켜 숨지게 했다.
추락사한 A씨에게는 5명의 자녀가 있었다. A씨는 20여 년 전 부인과 결혼해 현재 27개월에서 고등학교 2학년까지 4명의 딸과 1명의 아들을 두고 있다. 자식을 많은 낳은 이유는 부인이 외동딸로 외롭게 자라 자식들에게는 형제자매를 많이 만들어주기 원해서였다.
A씨는 2~3년 전부터 부산의 한 건설업체 하청을 받아 외벽 도색을 하는 회사에서 근무했다. 고층에서 작업하는 것이 힘들고 위험한 일이긴 했지만 월 300~400여만 원을 벌수 있어 그는 쉬는 날도 없이 일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A씨 장인은 경찰에 “넉넉하지 않은 살림이었지만, 사위가 열심히 일을 해 가족이 행복하게 살았다”면서 “딸이 사위도 없이 5명의 아이를 어떻게 키울지 막막하다”며 울먹였다.
A씨의 안타까운 사연이 알려지면서 사건 현장에는 양산 시민들의 애도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또 2만7000여 명의 회원을 보유한 양산시 동부지역 대표적 온라인 카페 ‘웅상이야기’에는 A씨의 남겨진 가족을 위해 “양산에서 일어난 말도 안 되는 사고에 우리가 작은 힘이라도 되어 드리자”며 모금운동을 제안하는 글이 올라왔다.
지난 14일부터 온라인 모금운동을 시작한 '웅상이야기‘ 카페에는 현재까지 1400만원의 후원금이 모였다. “허망하게 가장을 잃은 다섯 자녀에게 시민들이 든든한 밧줄이 되겠다”며 회원들과 많은 네티즌이 동참하고 있다.
'웅상이야기' 카페는 오는 18일, 웅상문화체육센터에서 프리마켓 행사를 열어 모은 성금과 수익금도 모금에 보탤 계획이다.
카페지기는 “A씨의 사연이 마음이 너무나 아프다”면서 “남겨진 다섯 자녀와 아내분이 어디에 거주하는지 알지 못하지만 나도 3명의 자녀를 둔 학부모로서 지역민이 조금이라도 도움을 주고 싶어 모금 운동을 제의하게 됐다”고 말했다.
양산경찰서도 A씨의 딱한 사연을 듣고 형사보상제도 등을 활용해 유가족을 돕기 위한 방법을 모색 중이다. 또 자체 모금운동도 계획 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B씨가 당일 오전 술을 마신 후 잠을 자려고 하는데 창 밖에서 음악 소리가 들리자 A씨 등에게 ‘휴대폰을 끄라’고 항의했으나 멀리서 작업을 하던 A씨가 이를 듣지 못하고 계속 음악을 틀고 작업을 하자 옥상에 올라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고 말했다.
B씨는 지난 2012년 '충동성 분노조절 장애'를 앓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2012년 폭력 혐의로 구속 수감된 직후 증상이 나타나 한 달가량 공주치료감호소에서 치료를 받았다.
경찰은 이번 사건이 서 씨의 정신질환과 연관이 있을 것으로 보고 조사를 진행 중이다.
박효진 기자 imher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