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병원, 9.5㎏ 두살배기 폐이식 첫 성공

입력 2017-06-15 10:45

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과 서동인 교수(왼쪽)가 최윤정 임상강사, 폐이식을 받은 정모 환아 모녀, 흉부외과 김영태 교수(오른쪽)가 퇴원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서울대병원 제공
성인 말기 폐질환자의 전유물처럼 여겨지던 폐이식이 2세 미만 영유아를 대상으로도 성공적으로 이뤄질 수 있다는 것이 확인됐다. 이로써 선천성 폐질환으로 생명이 위험한 영유아도 폐이식을 통해 생명의 불씨를 되살릴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서울대학교병원은 장기이식센터 폐이식팀이 지난달 간질성 폐질환으로 앓고 있는 두살배기 정모 아기(여)를 대상으로 폐이식 수술을 시행, 새 생명을 선물하는데 성공했다고 15일 밝혔다. 

정양은 수술 후 한 달여가 지나는 동안 건강을 회복, 지난 12일 퇴원했다. 그는 수술 당시 생후 22개월, 체중 9.5㎏로 국내 최연소·최소체중 폐이식술을 받은 환아로 기록됐다.

폐이식은 간이식, 신장이식과는 달리 법적으로 생체이식을 할 수 없어 반드시 뇌사 기증자가 필요하지만 소아 환자 뇌사는 매우 드물다. 성인 뇌사자 폐는 체중 차이 때문에 이식받을 수 있는 기회를 갖기 더욱 어렵다. 또한 10㎏ 이하 소아에게는 기증받은 폐를 절제해 이식하는 것도 쉽지 않아 국내에서 그동안 시행된 적이 없다.

국제심폐이식협회에 2015년 등록된 전세계 4226명 폐이식 수혜자 중에서도 5세 미만은 12명에 불과했다.

서울대병원 폐이식 수술팀은 호흡기내과, 흉부외과, 마취과, 감염내과, 장기이식센터를 비롯해 어린이병원의 소아청소년과 호흡기, 감염 및 중환자치료팀 등으로 구성됐다.

정양의 수술은 올해 어린이날을 하루 앞둔 4일 저녁에 이뤄졌다. 장기 기증자 역시 40개월 밖에 안 된 소아 놔사자였다. 병으로 상태가 위독해지면서 뇌사 상태에 빠지자 가족이 장기기증 의사를 밝혔다. 수술은 다음날 새벽까지 장장 9시간여에 걸쳐 진행됐다.

영유아대상 첫 폐이식 수술을 성공적으로 이끈 흉부외과 김영태 교수는 “국내에서 최초로 시도됐기에 모든 단계가 새로운 기준을 만들어 가는 과정이었다”며 이번 수술의 의의를 밝히고, “장기기증 활성화로 좀 더 많은 생명이 살아날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 ks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