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단속 도주 운전자에게 뇌물 받은 경찰관 집유

입력 2017-06-14 17:51

음주단속을 피해 도주한 혐의 사실이 있는 운전자를 제대로 조사하지 않고 운전자로부터 뇌물을 받은 경찰관에게 징역형과 함께 집행유예가 선고됐다.

광주지법 형사10단독 이중민 판사는 14일 직무유기와 뇌물수수 혐의로 기소된 경찰관 A(48)씨에 대해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벌금 200만원·추징금 80만원을 선고했다.

또 뇌물공여와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로 A씨와 함께 기소된 B(40)씨에 대해서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200시간의 사회봉사와 40시간의 준법운전강의 수강을 명령했다.

A씨는 지난해 4월 음주운전을 피해 도주했던 운전자가 B씨임을 파악했음에도 이를 상급자에게 보고하거나 음주운전 및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입건해 수사하는 등의 절차를 진행하지 않는 등 정당한 이유없이 직무를 유기한 혐의를 받았다.

또 같은 달 광주 서구 한 커피숍에서 음주단속을 피해 도주한 사람이 B씨인 사실을 알게됐음에도 불구, 이에 대한 사건무마 명목 등으로 B씨로부터 현금 50만원을 건네받았으며, 같은 해 5월 경찰서 교통사고조사계 앞에서 같은 명목으로 B씨로부터 30만원을 받은 혐의도 받았다.

A씨는 지난해 4월 29일 오후 11시 20분쯤 광주 서구 한 아파트 앞 도로에서 음주단속 중 B씨가 운전하는 승용차를 발견하고 음주운전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정지신호를 했음에도 불구, 순간적으로 속도를 올려 그대로 진행하려 하자 이를 저지하기 위해 양손으로 운전석 쪽 유리창을 잡고 반복해 멈추라고 소리쳤다.

하지만 B씨는 이를 무시하고 계속 진행했으며, A씨는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고 승용차에 끌려가다 몸을 부딪쳐 도로위에 넘어진 것으로 조사됐다. 당시 A씨와 함께 음주운전 단속을 하고 있던 경찰서 같은 과 소속 또다른 경찰관은 이 같은 상황을 목격하고 차량 번호를 확인, 112지령실에 상황보고를 했다.

A씨는 이후 B씨가 운전자임을 파악한 것으로 밝혀졌다.

운전자 B씨는 경찰관의 정지신호를 무시하고 진행하다 A씨를 다치게 하는 등 경찰관의 직무집행을 방해한 혐의와 함께 A씨에게 총 80만원의 뇌물을 제공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 판사는 "B씨의 행위가 특수공무집행방해죄에 해당함을 잘 알면서도 수사를 임의로 사실상 종결하고, 이와 대가성이 있는 돈을 수수했다. 자신의 상처를 강조하며 경찰 관서 외부에서 만남을 제안하는 등 간접·암시적인 방법으로 뇌물을 요구했다 볼 여지가 크다"며 "뇌물을 제공받은 다음 추가로 요구해 다시 제공받았다. 이로 인해 경찰공무원과 경찰 조직의 공정성과 청렴성에 대한 사회적 신뢰를 훼손했다"고 지적했다.

단 "뇌물로 제공받은 돈이 많다고 하기 어렵고 뇌물로서의 성격과 함께 약값 또는 위로금의 성격을 갖는 점, 반성하고 있는 점 등을 감안했다"고 설명했다.

B씨에 대해서는 "음주운전으로 이미 여러 차례 형사처벌을 받은 전력이 있는데도 다시 음주운전을 하다 단속을 회피하려는 과정에 차량을 이용해 단속 경찰관을 폭행했다"며 "이로 인해 결과적으로 음주운전에 대한 처벌을 모면했다"고 말했다.

반면 "경찰관의 요구에 따른 것으로 보이며 공여액이 많지 않은 점, 특수공무집행방해의 결과로 별다른 상해가 발생하지 않은 점 등을 양형에 참작했다"고 덧붙였다.

최민우 인턴기자 cmwoo1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