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수 성희롱 사건' A대학교, 목격자 진술 조작 정황 드러나

입력 2017-06-14 16:38 수정 2017-06-14 16:41

경상도 A대학교가 성희롱 사건에 휘말린 교수를 징계하는 과정에서 목격자 진술을 조작한 정황이 드러났다.

14일 A대학교에 따르면 대학은 2015년 1월 성폭력상담소에 성희롱 신고가 접수된 박모(42) 교수에 대해 진상조사위원회를 거친 후 2015년 5월 정직 3개월 처분을 내렸다.

신고 내용은 2013년 9월 통영의 숙소에서 지도교수가 중국인 여학생을 껴안았으며, 진주시내의 주점에서 여종업원의 다리를 만지는 모습을 봤다는 등 성희롱을 했다는 것이다.

진상조사위원회는 성희롱 피해 신고를 한 중국인 여학생과 당시 함께 자리에 있었던 중국인 여학생, 학술대회에 참가한 연구원 등 그 날 자리에 있었던 일행들을 상대로 신고 내용이 사실인지 여부를 확인했다. 하지만 성희롱을 목격한 사람은 나타나지 않았다.

이에 진상조사위원회는 '기억이 안 난다'고 말한 중국인 여학생의 진술을 '새벽 2시 교수님방으로 불러 술을 더 마신 적이 있다'고 바꾸는 등 회의록을 조작했다. 또 박 교수에게 유리한 증언을 한 목격자들의 진술을 모조리 배제했다. 회의록은 마치 박 교수가 성희롱을 한 것처럼 작성됐다.

이로 인해 박 교수는 정직 3개월 처분을 받았다. 징계 취소 소송을 제기한 1심 재판에서 패소했다.

대학 관계자는 "네 사람이 술을 먹다가 (성희롱을 했는데) 못 봤겠느냐"며 "지도교수니까 이야기를 못 한 거라고 (진상조사위원들이) 판단했을 것"이라고 해명했다.

A대학교 교수회는 이날 성명을 내고 "당시 박 교수는 교수회를 찾아와 자신의 억울함을 호소했다. 교수회는 실체적 진실 규명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교수평의회를 소집했고 관련 자료의 공개를 본부에 공문으로 요청하는 등 다양한 노력을 시도했다"며 "하지만 대학 본부는 교수회의 진상 규명 요구를 무시했고 그 과정에서 박 교수는 징계 처분 취소 소송에서 패소하는 등 정신적, 육체적 고통을 겪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결국 어제 모 방송에서 박 교수의 성희롱 사건이 대학본부에 의해 조작됐다는 내용과 관련 학생을 회유하는 등 범법 행위를 저질렀다는 것이 보도됐다"며 "대학에서 이러한 범죄 행위가 일어난 것에 대해 개탄과 우려를 금하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교수회는 또 "대학본부는 즉시 본 사건의 재검토를 위한 위원회를 구성하고 실체적 진실을 규명함으로써 대학의 명예가 더 이상 실추되지 않도록 하라"며 "실체적 진실의 규명을 해태함으로 인한 이후의 모든 사태에 대한 책임은 대학본부와 총장에게 있음을 분명히 밝힌다"고 강조했다.

한편 A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회도 조만간 성명을 통해 이번 사태에 대한 진상 규명을 촉구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민우 인턴기자 cmwoo1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