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드먼 방북하자마자 웜비어 석방, 미 국무부 “우연의 일치, 외교적 성과”

입력 2017-06-14 14:15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다?’

북한에 17개월째 억류됐던 미국 대학생 오토 웜비어(22)가 13일 풀려났다. 공교롭게도 이날은 미국 프로농구 NBA 출신 데니스 로드먼이 북한을 방문한 날이기도 했다. 로드먼의 방북이 웜비어의 석방과 연관된 것 아니냐는 추측에 대해 미국 국무부는 “우연의 일치일 뿐”이라고 선을 그었다.

미국 CNN 방송은 중국 베이징국제공항에서 북한으로 가려는 로드먼을 포착했다고 12일 보도했다. AP통신에 따르면 로드먼은 이날 기자들에게 “문을 열려는 것”이라며 “나의 북한 방문에 트럼프 대통령도 기뻐할 것이다. 우리 둘 다 원하는 것을 달성하기 위한 방문이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5번째 북한을 방문하는 로드먼은 자신의 방북을 “농구 외교” 프로젝트라고 표현한 바 있다. 또 과거 인터뷰에서는 북한에 구금됐던 한국계 미국인 케네스 배의 석방에 자신이 큰 역할을 했다고 주장했다. 이 때문에 로드먼의 이번 방북이 현재 북한에 억류 중인 미국인 4명의 석방과 연관됐을 가능성이 제기되기도 했다.

하지만 미국 국무부는 웜비어의 석방과 로드먼의 방북은 무관하다고 밝혔다.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은 “이번 조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로 이뤄졌으며 미국은 북한에 억류된 다른 미국인들의 석방을 위해서도 노력 중”이라고 밝혔다. 또 “로드먼이 방북과 관련해 국무부에 연락을 해오지 않았다”며 “그의 여행은 순전히 사적인 성격의 것”이라고 말했다.

AP통신에 따르면 조셉 윤 미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는 웜비어의 석방을 위해 지난달 노르웨이 오슬로, 지난주 뉴욕에서 잇따라 북한과 사전접촉을 했으며, 12일 북한을 방문해 인도주의적 관점에서 석방을 요구했다.

전문가들도 로드먼의 방북과 웜비어의 석방 간의 연관성에 대해 언급했다. 동북아시아 전문가인 고든 창 변호사는 CNN 방송에 출연해, 두 사건이 동시에 일어난 것은 우연의 일치라고 볼 수 없고 이를 통해 북한은 트럼프 행정부와 대화하려는 의지를 내비친 것이라고 분석했다. 반면 리처드 부시 미국 브루킹스연구소 박사는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과의 전화통화에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과 친분이 있는 로드먼의 방북이 웜비어의 석방과 연관이 있을 순 있지만 특별한 의미는 없다고 평가했다.

지난해 1월 북한으로 관광을 간 웜비어는 숙소 내 제한구역에 있는 정치 선전물을 떼어내려다 국가전복음모 혐의로 기소돼, 지난해 3월 웜비어에게 15년 노동교화형을 선고받았다. 현재 북한에는 북-중 간 무역활동을 하던 한국계 미국인 김동철 박사 등 3명의 미국 국적자가 억류된 상태다.

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