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자 극장 상영은 내 욕심” 논란 끝내준 봉준호 감독

입력 2017-06-14 13:20 수정 2017-06-14 1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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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란을 끝내고 영화를 즐겨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칸영화제 경쟁 진출부터 국내 극장 동시개봉 문제까지. 봉준호 감독이 영화 ‘옥자’를 둘러싸고 벌어진 일련의 논란에 대해 허심탄회한 입장을 밝혔다.

‘설국열차’(2013) 이후 4년 만에 나온 봉준호 감독 신작 ‘옥자’는 인간과 동물의 우정에 대한 이야기다. 산골소녀 미자(안서현)가 소중한 친구인 유전자 변형 슈퍼돼지 옥자를 다국적 회사로부터 지켜내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넥플릭스가 전액(약 580억원) 지원해 제작된 이 영화는 제70회 칸영화제 초청 당시 극장 상영작이 아니라는 이유로 현지 반발을 샀다. 논란의 불씨는 국내로 옮겨 붙었다. 넥플릭스 측에서 오는 29일 극장과 온라인 스트리밍 방식으로 동시개봉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자 국내 주요 극장사들은 반기를 들고 나섰다.

14일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 호텔에서 열린 ‘옥자’ 내한 기자회견에는 봉준호 감독은 “가는 곳마다 논란을 몰고 다니는 것 같다. 의도한 건 아닌데 그렇게 됐다”며 위트 있게 말문을 열었다.

그는 “칸에서는 저희가 초청되기 전에 프랑스 내부에서 정리를 해놓았으면 좋았을 텐데 사람을 초대해놓고 민망하게 만들더라”며 “우리 영화가 칸영화제 초반 분위기를 달구는 데 일조한 것 같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그러면서도 “하지만 논란으로 인해 새로운 규정이 생기지 않았나”라며 “작품 외적인 부분에까지 기여하는 것이 이 영화가 타고난 복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국내 멀티플렉스 극장 3사 CGV·롯데시네마·메가박스가 ‘옥자’ 동시상영을 거부하고 있는 상황에 대해서는 “칸에서의 문제와는 그 성격이 다르다”고 진단했다.

봉준호 감독은 “멀티플렉스 측은 최소 3주간의 홀드백(극장 상영 일정기간 이후 IPTV 등에 배포하는 것)을 원하고 있다”며 “극장업을 하시는 입장에서 그런 주장을 하시는 건 당연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어 “반면 넷플릭스는 동시개봉을 원칙으로 삼고 있는데 그것 또한 절충돼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옥자’는 넷플릭스 가입자들의 회비로 만들어진 영화인데 그들의 우선권을 뺏고 극장 관객들이 보는 동안 기다리라고 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봉준호 감독은 “이는 저의 영화적인 욕심 때문에 벌어진 일이다. 논란의 원인제공자는 저”라면서 “관객들이 큰 화면으로 영화를 보면 좋을 텐데라는 생각으로 욕심을 내봤다. 감독으로서 품질 좋은 스트리밍과 극장 화면으로 모두 보여드리고 싶은 욕심은 당연한 것”이라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칸도 지나고 나니 룰이 생겼듯 극장 업계에서도 새로운 룰이 생기지 않겠나”라며 “룰이 오기 전에 영화가 먼저 도착한 것 같다. 한국에서 규정을 정리하는 데 신호탄이 된다면 좋은 일이 아니겠나”라고 얘기했다.

봉준호 감독은 “멀티플렉스 체인은 아니지만 곳곳의 도시에 위치한 극장에서 만나실 수 있다. 한동안 다시 잊고 지냈던 전국의 극장들을 찾아볼 수 있는 기회다. 지금의 상황에 만족한다. 작지만 길게 만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라고 전했다.

‘옥자’는 오는 29일 넷플릭스와 3대 멀티플렉스를 제외한 극장에서 동시에 개봉된다. 현재 상영이 결정된 곳은 서울 대한극장, 서울극장, 청주 SFX 시네마, 인천 애관극장, 대구 만경관, 전주 시네마타운, 부산 영화의전당 등이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