밧줄 끊겨 추락사한 40대, 자녀 5명 둔 가장이었다

입력 2017-06-14 09:49 수정 2017-06-14 10:17

지난 8일 경남 양산 한 아파트의 입주민이 '시끄럽다'는 이유로 생명줄을 끊어 추락사한 A씨(46)에게 5명의 자식들이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13일 경남 양산경찰서 등에 따르면 숨진 A씨는 20여 년 전에 부인과 결혼해 27개월에서 고등학교 2학년까지 현재 4명의 딸과 1명의 아들을 두고 있다. A씨 부부가 자식들을 많이 낳은 것은 부인이 외동으로 외롭게 자라 아이를 많이 낳기를 원해서였다.

A씨는 2~3년 전부터 부산의 한 건설업체의 하청을 받아 외벽청소를 하는 회사에서 근무했다. 고층에서 작업하는 위험한 일이었지만 열심히 일하면 월 300만~400여 만원 정도를 벌 수 있기에 A씨는 쉬는 날도 없이 일 해왔다. 그래도 가정 형편은 늘 빠듯했다. A씨 부인은 5명의 자녀들을 키우느라 맞벌이조차 할 수 없었다.

A씨 장인은 경찰에서 "사위가 무척 성실해 열심히 일했다. 넉넉하지는 않아도 가족이 행복하게 살아왔다"며 "이제 사위도 없이 저 5명의 아이를 딸이 혼자 어떻게 키울지 생각하면 막막하다"고 말했다.

사고 당시 A씨의 이종사촌(41)도 함께 밧줄을 탔고 있었다. 사고 현장을 목격한 이종사촌은 경찰 조사도 제대로 받지 못할 정도로 큰 충격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관계자는 "살아남은 사람들도 너무 큰 충격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다들 이 일을 다시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걱정했다.

경찰은 이날 아파트 옥상으로 올라가 도색에 앞서 실리콘 코팅작업을 하던 A(46)씨와 B(36)씨를 지탱하던 2개의 밧줄을 공업용 커터칼로 끊은 혐의(살인 등)로 아파트 입주민 C(41)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또 당시 작업자 4명 외 현장에 있었던 현장감독과 작업 보조 등 2명의 인력에 대해서도 안전관리 위반 여부를 조사할 계획이다. 경찰은 당시 현장 감독 등이 아파트 15층에서 다른 4명의 작업자들의 안전을 살피지 않고 1층으로 내려간 것으로 보고 있다.

최민우 인턴기자 cmwoo1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