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축구 '도하 참사'… 카타르에 2대 3 패배

입력 2017-06-14 06:02
한국이 14일 새벽(한국시간) 카타르 도하 자심 빈 하마드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A조 8차전' 카타르와의 경기에서 알 하이도스에게 프리킥 골을 허용하고 있다. 뉴시스


충격적인 ‘도하 참사’였다. ‘슈틸리케호’가 최악의 졸전을 펼친 끝에 약체 카타르에 패했다. 한국의 9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에 비상이 걸렸다. 다시 한 번 울리 슈틸리케 감독의 경질론이 거세게 일 전망이다.

 한국은 14일 새벽(한국시각) 카타르 도하의 자심 빈 하마드 스타디움에서 열린 카타르와의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조별리그 A조 8차전에서 2대 3으로 패했다. 

 A조 최종예선에서 4승1무3패(승점 13)를 기록한 한국은 여전히 우즈베키스탄(4승4패·승점12)에 승점 1점 차로 쫓기게 됐다. 이란(6승2무·승점 20)이 조 1, 2위까지 주어지는 본선 티켓을 확보한 가운데 남은 한 장을 놓고 한국은 우즈베키스탄과 치열한 경쟁을 벌여야 한다. 한국은 오는 8월 31일 이란과의 홈경기에 이어 9월 5일 원정으로 치르는 우즈베키스탄과의 최종예선 마지막 경기에서 러시아월드컵 직행 티켓을 다툴 전망이다.

 지난 3월 28일 시리아와의 최종예선 7차전 홈경기에서 1대 0으로 이기고도 참담한 경기 내용으로 경질설에 휩싸였다가 재신임을 받았던 슈틸리케 감독은 또 경질 위기에 몰리게 됐다.

 슈틸리케 감독은 공격적인 4-1-4-1 포메이션을 꺼내 들었다. 막내 황희찬이 원톱으로 나섰다. 손흥민과 지동원이 좌우 날개에, 기성용과 이재성이 2선 중앙에 배치됐다. 수비형 미드필더로는 한국영이 나섰다. 김진수. 최철순이 양쪽 측면 풀백으로, 곽태휘, 장현수가 중앙 수비수로 출격했다. 골문은 권순태가 지켰다.

 반드시 이겨야 러시아월드컵 본선 진출의 실낱같은 희망을 이어갈 수 있었던 A조 최하위 카타르는 경기 초반부터 공격적으로 나왔다. 한국은 카타르의 거센 공세에 당황했고, 좀처럼 경기 주도권을 잡지 못했다. 공격도 날카롭지 못했다. 전반 20분 이재성이 페널티지역 외곽 오른쪽에서 날린 기습적인 감아차기가 그나마 위협적이었다.

 한국은 전반 25분 선제골을 허용했다. 페널티지역 외곽 정면에서 최철순의 반칙으로 프리킥을 내줬다. 키커로 나선 알 하이도스가 날린 날카로운 오른발 슈팅은 한국 골문 오른쪽 상단에 꽂혔다. 수비수들에게 시야를 가린 골키퍼 권순태는 손을 써 보지도 못하고 당했다.

 한국은 전반 30분 악재를 맞았다. 유독 카타르전에 강했던 손흥민이 다친 것이다. 손흥민은 카타르 수비수 압델카림 하산과 공중볼 경합을 한 뒤 착지 과정에서 오른팔을 다쳤다. 손흥민은 한동안 일어서지 못했고, 더 이상 뛸 수 없다는 뜻을 나타냈다. 슈틸리케 감독은 손흥민 대신 이근호를 투입했다. 손흥민은 고통스러운 모습으로 경기장을 빠져나갔다.

 전반 한국은 공격에서 많은 아쉬움을 남겼다. 우선 공격 흐름이 좋지 않았다. 미드필드에서 공격수들에게 이어지는 패스는 정확도와 속도에서 위협적이지 않았다. 한국은 공격수 개인의 기량에 기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한국 공격수들은 상대 수비수들에 봉쇄당해 맘대로 그라운드를 누비지 못했다. 한국은 전반 볼 점유율에서 46대 54로 뒤졌다. 유효슈팅을 3개 날렸지만 골을 넣지 못했다. 반면 카타르는 1개의 유효슈팅을 골로 연결했다.

 한국이 0-1로 뒤진 채 시작된 후반. 한국은 곧바로 위기를 맞았다. 역습을 당한 상황에서 미구엘에게 오른쪽 측면을 돌파당했다. 중원에서 한국 페널티지역까지 파고든 미구엘은 알 하이도스에게 패스를 내줬다. 알 하이도스의 슈팅이 빗나갔지만 실점과 다름없는 상황이었다. 한국은 후반 6분 만에 추가골을 내줬다. 아피프는 페널티지역 오른쪽에서 패스를 받아 강한 오른발 슈팅으로 그물을 흔들었다. 한국은 총체적인 난국에 빠졌고, 급격하게 흔들렸다.

 한국은 후반 17분 기성용의 만회골을 앞세워 1-2로 따라붙었다. 기성용은 페널티지역 정면에서 오른쪽 측면을 돌파한 이재성의 패스를 받아 오른발 슈팅으로 그물을 흔들었다. 기세가 오른 한국은 후반 25분 동점골을 뽑아냈다. 황희찬은 페널티지역 정면에서 황일수의 헤딩 패스를 왼발 받아 왼발 발리슛으로 연결해 카타르 골문을 뚫었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 한국은 후반 29분 알 하이도스에게 또 한 방을 얻어맞았다. 경기 분위기는 카타르 쪽으로 넘어갔다. 슈틸리케 감독은 후반 34분 한국영을 빼고 남태희를 투입하며 분위기 반전을 꾀했다. 하지만 한국은 만회골을 뽑아내지 못하고 주저앉았다.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