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혜경 한문연 회장 “제주 해비치 아트 페스티벌은 문예회관과 예술단체가 맞선보는 자리”

입력 2017-06-14 05:52 수정 2017-06-14 05:52
김혜경 한국문화예술회관연합회 회장. 장지영 기자

“제주 해비치 아트 페스티벌의 지난 10년은 한국 공연계의 성장과 함께해온 시간입니다. 한국문화예술회관연합회(한문연)는 그동안 취약했던 공연예술 유통과 문예회관 활성화에 중요한 역할을 해왔습니다.”

 13일 ‘제주 해비치 아트 페스티벌’이 열리는 제주에서 만난 김혜경(59) 한문연 회장은 이렇게 말했다. 올해 10회째인 이 행사는 회원사인 전국 문예회관(지자체의 지원으로 운영되는 공연장)이 매년 모이는 축제다. 국내 예술단체들이 작품을 소개하고 판매하는 아트마켓은 주요 프로그램이다. 지난 12일 개막한 페스티벌은 15일까지 제주도 주요 공연장과 해비치 호텔&리조트에서 진행된다. 171개 문예회관 종사자, 243개 예술단체 관련자 등 3000여명이 참가한 올해는 부대행사로 50개 단체가 30개 장소에서 100회가 넘는 공연을 펼치는 프린지 ‘제주 인 페스티벌’도 열리고 있다.

 김 회장은 “페스티벌에서 예술단체들이 좀더 적극적으로 문예회관 관계자들과 네트워킹을 가지기를 바란다”면서 “사실 문예회관 관계자들의 경우 순환근무를 하기 때문에 공연시장에 대해 정보가 부족하다. 게다가 이런 아트마켓이나 페스티벌이 익숙치 않은 만큼 예술단체들이 제공하는 자료가 나중에 작품을 선택할 때 큰 도움이 된다”고 피력했다. 이어 “제주 해비치 아트 페스티벌은 문예회관과 예술단체가 일종의 맞선 보는 자리다. 당장 결과가 나오지 않지만 이런 만남을 통해 나중에 공연 계약으로 이어진다”고 덧붙였다.

 문화체육관광부 산하단체인 한문연은 1995년 23개 회원사로 출범했다. 당시 지자체마다 문예회관이 잇따라 설립되기 시작했지만 제대로 운영되지 못하는 상황에서 상호 협력 및 교류를 위해 시작됐다. 당시 국내 공공 공연장의 맏형같은 예술의전당의 사장이 비상임직 한문연 회장을 역임했다.

 한문연이 변화의 큰 계기를 맞은 것은 2004년 문화소외 계층·지역 문화향유권 확대를 위해 투입된 복권기금의 위탁사업자가 되면서부터다. 예산이 거의 없던 지역 문예회관에서 공연과 예술교육 프로그램을 시행하는데 지원되기 시작했다. 소외층의 문화예술 향유를 위한 것이었지만 결과적으로 지역 문예회관의 활성화, 예술단체의 수익 제고 등에 큰 도움이 됐다. 초창기 서울과 수도권에서 작은 규모로 시작된 아트마켓은 2008년부터 지금의 형태를 띠게 됐다.

제10회 제주 해비치 아트 페스티벌의 아트마켓에서 문예회관 관계자들이 예술단체들이 만들어놓은 부스를 돌며 상담하고 있다. 장지영 기자

 그동안 다양한 명칭을 단 사업이 시행됐는데, 현재 ‘방방곡곡 문화공감사업’이란 이름 아래 민간예술단체 우수공연 문예회관 순회지원사업, 국공립단체 우수공연 문예회관 순회지원사업, 문예회관 공연‧전시 기획프로그램, 문예회관 공연 활성화 프로그램 지원사업, 문예회관 레퍼토리 제작개발 프로그램 지원사업 등 5개로 나뉜다. 이에 따라 한문연에 회원으로 가입하는 문예회관도 점점 증가해 지금은 204개가 가입해 있다.

 김 회장은 “내년부터는 복권기금 대신 문예진흥기금으로 방방곡곡 문화공감사업이 치러지게 될 것 같다”면서 “기금 주체가 바뀌어도 최근 150억원 안팎을 유지하던 방방곡곡 문화공감사업 예산은 유지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한문연은 그 위상이 높아지면서 지난 2011년 상임 부회장직이 만들어진데 이어 2012년 법정법인이 됐다. 그리고 올해 직제개편으로 상임 부회장직이 회장으로 변경되면서 지난해 7월부터 상임부회장을 맡고 있던 김 회장이 회장이 됐다.

 김 회장은 “한문연의 업무량이나 파급력을 고려할 때 나처럼 발로 뛰는 CEO가 필요하다. 21년 만에 비상임직이었던 회장이 상임직으로 전환됨에 따라 책임이 더욱 막중하다”고 말했다. 이어 “문예회관의 발전에는 지자체 단체장들의 의지가 중요하다. 문화예술에 대한 관심도에 따라 문예회관의 발전도 극명하게 달라지기 떄문이다. 그래서 취임 이후 전국 곳곳을 다니며 지자체 단체장들에게 문예회관 활성화를 설득하고 있다”고 웃었다.

 성악가 출신인 그는 경북오페라단 단장, 대구성악협회 회장, 창원 성산아트홀, 경남 창원문화재단 대표 등을 역임했다. ‘모란이 피기까지는’으로 잘 알려진 시인 김영랑(본명 김윤식)의 손녀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