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 폭발물 IS ‘못 폭탄’과 유사…조악하지만 폭발물 기본요소 다 갖춰

입력 2017-06-13 17:43
연세대 1공학관 김 모 교수의 연구실에서 폭발한 사제 폭발물. 사진=경찰청 제공

13일 서울 연세대에서 발견된 사제폭발물은 테러단체에서 쓰는 ‘못 폭탄’과 유사하다는 점에서 충격을 준다. 특정 개인을 겨냥한 테러가 발생하면서 우리 사회의 ‘안전’에도 적신호가 켜졌다.

폭발물이 발견된 연세대 기계공학과 김모(47)교수의 연구실(연세대 제1공학관 479호실)에서는 AA사이즈 건전지와 전선, 커피전문점에서 판매하는 텀블러 등이 발견됐다. 텀블러 안에는 1㎝정도 길이의 나사못 수십개가 들어있었다.

폭발물 안에 수십에서 수백 개의 못을 담는 방식은 이슬람국가(IS) 등의 테러단체가 ‘대량 살상’을 위해 장려하는 수법이다. 작은 폭발력만으로도 사방으로 못, 바늘, 면도칼 같은 날카로운 금속물질을 퍼뜨릴 수 있어 위협적이다. 폭발물의 위력이 세지 않아도 충분한 살상력을 갖출 수 있다는 의미다.

지난달 22일(현지시간) 22명이 사망하고 50여명이 부상을 당한 영국 맨체스터 아레나 공연장 테러에도 못 폭탄이 사용된 것으로 추정된다. 32명이 희생된 지난해 3월 벨기에 브뤼셀 테러, 80여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던 2013년 미국 보스턴 마라톤 테러에도 모두 못 폭탄이 사용됐다.

경찰 관계자는 “이번 폭발물은 매우 조악한 수준으로 만들어졌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큰 폭발로 이어지지 않아 큰 부상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실제로 피해자인 김 교수는 양손과 목에 화상만 입었다.

그렇다고 안전 불안감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다행히 불발탄에 그쳤지만 이번 연세대 폭발물은 뇌관과 기폭장치, 화약 등 폭발물의 기본 요소는 전부 갖추고 있었다. 경찰 테러 전문가도 “만약 연세대 폭발 사고에 사용된 폭발물이 제대로 만들어졌다면 피해자의 생명에 지장이 있을 정도의 살상력이 있었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