뿌리찾기위원회는 최근 14번째 책인 윤산온(George S McCune) 선교사의 ‘인생문제와 그 해결’을 펴낸 뒤 지금까지 출판했던 책의 목록을 담은 브로슈어를 제작, 배포했습니다. 목표한 30권까지는 16권이 남았지만 언제 마무리 될지는 아무도 장담하지 못합니다. 흩어져 있는 사료를 찾는 일은 쉽지 않습니다.
그동안 위원회는 대학 설립자 배위량 선교사를 시작으로 미국 북장로교 조선선교부 책임자였던 마포삼열 선교사와 부흥운동가 방위량 선교사, 평양 산정현교회 초대 목사인 편하설 선교사와 사료 속에 묻혀 있던 백아덕 위대모 선교사 등을 발굴해 냈습니다.
곽 교수는 13일 세속적 계산법으로는 도무지 해야 할 이유가 없는 작업을 대학이 큰 예산까지 들여 하고 있는 건 결국 “숭실대의 현 주소를 찾아가기 위해서”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뿌리를 찾는 연구는 삶의 완전성과 온전함을 확고히 하고 결과적으로 현재를 살아가는 나를 굳건히 세우는 일”이라고 했습니다. 또 “아무도 이 일을 하지 않으면 대학이 결국 방향을 잃고 표류할 것이라는 위기감이 불휘총서 편찬을 결정하게 된 중요 동기가 됐다”고 덧붙였습니다.
역사의 뿌리를 찾아 대학의 설립정신을 확고히 하겠다는 숭실대의 결단은 뿌리를 점차 잊어가는 미션스쿨들에게 좋은 본보기가 될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 화재 이후 반년이 지나도록 복구되지 않고 있는 연세대 언더우드가 기념관은 불휘총서 앞에서 초라한 모습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습니다.
옥성득 미국 UCLA 한국기독교학 부교수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숭실대 불휘총서 편찬을 격려하는 글을 올리면서 연세대를 향한 아쉬움을 표했습니다. 옥 교수는 “연세대는 자료도 많고 자원도 많은데 이런 일은 아직 시도도 못하고 있다”면서 “언더우드가 기념관 화재 처리도 못하는 형편이니 답답하다”고 꼬집었습니다.
국민일보가 지난달 24일 문제점을 보도한 후에도 연세대는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습니다.
교계와 학계는 답답할 뿐입니다. 한국교회가 연세대에 기대하는 것은 역사를 잊지 않겠다는 다짐과 이를 실천하기 위한 행동입니다. 연세대가 언더우드가 기념관을 복구하는 건 미국북장로교 선교부의 반대를 무릅쓰고 사재를 들여 연희전문학교를 세운 원두우 선교사의 건학이념을 계승하는 출발점이 될 것입니다. 베어드 선교사와 언더우드 선교사도 살아 작금의 상황을 봤다면 같은 당부를 하지 않았을까요.
글·사진=장창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