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진룡(61)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13일 박근혜(65) 전 대통령이 2013년 승마협회 비리 조사 후 노태강 당시 문체부 국장(현 문체부 2차관)을 인사조치하라고 지시한 것과 관련해 “다면평가 결과 최상의 성적을 받은 노태강을 인사이동시킬 방법이 없었다”고 말했다. 유 전 장관의 입장이 난처해지자 노 국장이 먼저 나서 “나를 징계해달라”고 했던 사실도 밝혀졌다.
유 전 장관은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김세윤) 심리로 열린 박 전 대통령과 최순실(61)씨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노 국장의 좌천 당시 상황을 상세하게 진술했다.
발단은 2013년 4월 경북 상주에서 열린 전국 승마대회였다. 이 대회에서 정씨가 준우승에 그치자 청와대는 승마협회의 문제점을 조사해 보고하라고 문체부에 지시했다. 하지만 노 국장은 최씨의 최측근인 박원오 전 승마협회 전무에 대한 부정적 평가까지 포함한 감사보고서를 제출했다. 이후 박 전 대통령은 유 전 장관을 불러 조사를 담당한 노 국장과 부하 과장 이름을 직접 거론하며 “참 나쁜 사람이라고 하더라”며 인사조치하라고 지시했다.
유 전 장관은 당시 상황에 대해 “노태강이라는 사람은 부하 직원들도 좋아하고 능력에 대해서도 동료들이 인정한 사람”이라며 “청와대에서 노태강이 굉장히 문제가 많은 사람이라고 했지만 노태강을 쫓아내기 위해 그런 말을 하는 건 지나친 변명이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인사이동을 시킬 때는 직원들에게 설명을 해야 하는데 방법이 없었다”며 “노 국장에게도 ‘나는 당신을 인사이동시킬 수가 없다. 정 원하면 정기인사 때 타 부서로 옮기라’고 했다”고 설명했다.
인사조치가 늦어지자 청와대는 재차 노 국장의 좌천을 종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유 전 장관은 “모철민 전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이 저에게 연락해서 ‘그렇게 하면 큰일난다. 부처가 큰일날 수 있으니까 빨리 노 국장에 대한 징계 형식을 갖춰달라’고 했다”고 말했다.
노 국장 역시 징계를 자처했다. 유 전 장관은 “노 국장이 울면서 ‘자기를 징계하지 않으면 부처가 큰일난다. 제발 징계해달라’고 했다”며 “노 국장을 한달간 직무정지 상태로 놔두고 한 달 후 국립중앙박물관으로 보낼 수 밖에 없었다”다고 했다.
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