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 당시 대통령비서실(문화체육비서관실) 지시 하에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가 문화예술계 지원 배제 명단인 이른바 '블랙리스트'를 작성한 사실이 감사원을 통해 확인됐다.
감사원은 13일 블랙리스트에 따라 2014년부터 2016년까지 한국문화예술위원회(문예위) 등 문체부 산하 10개 기관의 지원사업 심의위원 후보나 지원 대상에서 배제돼 피해를 본 사례는 총 444건이라고 밝혔다.
감사원은 지난해 12월 30일 국회가 '최순실 국정개입' 의혹에 대한 감사를 요구함에 따라 올해 1월 19일부터 3월 10일까지 문체부 기관운영감사를 진행했다.
블랙리스트 작성은 청와대 비서관실이 결정해 지시하고, 문체부는 이 지시를 이행하는 방식으로 광범위하고 조직적으로 이뤄졌다.
청와대는 심의위원을 솎아내는 작업부터 진행했다. 2014년 3월 비서관실은 문체부에 책임심의위원 105명 중 19명을 배제하라고 지시했고, 문체부는 문예위 사무처에 별다른 이유 없이 이들 19명을 책임심의위원에 선정하지 않도록 지시했다. 이에 문예위는 그해 19명 모두를 2014년도 문예위 책임심의위원 선정 과정에서 배제하는 등 2014~2016년까지 모두 66명(책임심의위원 19명, 심의위원 47명)을 배제했다.
이후 블랙리스트에 대한 배제 작업은 지속적이고 광범위하게 진행됐다. 문체부는 2015년 9월쯤 문예위의 '공연예술발표공간 지원사업'에 신청한 96개 단체 중 22개 단체를 배제하라고 문예위 사무처에 통보했다. 문예위는 지시를 이행하기 위해 같은 해 10월 친정부 성향의 심의위원에게 지원배제 명단을 알려주며 '사업계획서 부실' 등을 문제 삼을 것을 요구했고, 결국 22개 단체는 지원에서 배제됐다.
문예위뿐만 아니라 한국문화예술회관연합회(한문연) 등을 통한 각종 기금 지원 사업에서 특정 문화예술인과 단체가 배제됐다.
문체부는 2014∼2015년 특정 영화를 상영한 예술영화전용관 1곳과 독립영화관 2곳, 다이빙벨 상영이 논란이 된 부산국제영화제에 대한 지원금을 없애거나 줄이라고 영화진흥위원회에 지시했다.
영진위는 독립영화관 2곳(서울 소재)에 대한 지원금을 배제하라는 문체부 지시를 이행하고자 '독립영화관의 서울편중 개선이 필요하다'는 국정감사 지적을 앞세워 이들 2곳과 위탁계약을 해지했다. 부산국제영화제의 경우 2014년에 다이빙벨 상영을 강행한 것을 이유로 이듬해인 2015년 지원금을 전년도보다 6억6000만원 삭감한 8억원으로 의결했다.
블랙리스트에 대한 배제 작업은 출판 분야에서도 진행됐다.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은 2014∼2015년 도서를 공공도서관에 배포하는 '세종도서' 심사 과정에서 22개 도서를 의도적으로 배제했다.
감사원은 이와 함께 그동안 제기됐던 각종 의혹을 규명했다. 미르재단의 경우 설립대표자가 재산을 출연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재단설립자 20명 중 14명의 인감증명서가 불일치 하는 등 법정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고 확인했다. K-스포츠재단 또한 재단설립자 20명 중 16명의 인감증명서가 불일치했다.
플레이그라운드의 경우 지난해 당시 대통령의 멕시코 순방과 아프리카 순방의 문화행사 대행업체 선정 과정에서 허위 실적을 제출했으며, 항공료 청구서 및 영수증 금액을 조작해 5200만원 상당을 부당 정산한 것으로 드러났다. 늘품체조의 경우 실무 담당자가 과학적 근거가 없다고 보고를 했음에도 김종 전 차관은 보급을 지시했다. 또한 김종 전 차관은 이 담당자에게 국회에서 거짓 답변을 하도록 지시한 것으로 나타났다.
감사원은 김종 전 차관을 직권 남용 혐의로 수사 요청을 했고, 문체부 국장 7명 등 모두 28명에 대해 징계를 요구했다.
최민우 인턴기자 cmwoo1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