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민간인사찰' 방식 따라하는 공정위

입력 2017-06-13 11:30 수정 2017-06-13 17:41
공정거래위원회가 MB정부 시절 민간인사찰 방식으로 내부 보안조사를 벌이고 있다.  공정위 신영선 부위원장은 공정위가 인력 10% 증원을 추진한다(국민일보 6월9일자 21면)는 보도 관련, 취재원 색출을 위한 보안조사를 지시했다.
통상 보안조사는 기사 관련 업무 연관자가 대상이지만, 이번에는 자의적으로 해당 기사를 쓴 기자와 친분이 있다고 판단되는 국과장들을 대상으로 했다. 공정위 감사담당관실은 13일까지 대상자에게 6월1~9일까지 통화내역서를 제출할 것을 지시했다.
공정위 내에서는 이번 조사방식이 마치 MB 민간인사찰과 유사하다는 의견이다. 당시 노무현 전 대통령 측근 이광재씨와 같은 강원도 출신이라는 이유로 한마음금융 김종익씨는 사찰 대상에 올랐다. 이번 보안조사 대상도 조직개편 업무와 전혀 관련이 없지만 해당 취재기자와 같은 학교 출신이거나, 최근 함께 식사를 한 적이 있는 간부들이 대상이 됐다. 공정위 관계자는 "그럼 앞으로 신 부위원장과 같은 학교 출신 기자가 민감한 기사를 쓰면 신 부위원장도 통화내역을 제출해야 하는거 아니냐"고 말했다. 또 다른 공정위 관계자는 “실세 여당 의원이 보안이 새 나간 걸 질책하자 수뇌부에서 책임 추궁이 두려워 직원들에게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대기업조사국 신설과 조사역량 강화는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이다. 대통령 공약을 이행하는데 왜 죄를 지은 것처럼 쉬쉬해야 하느냐는 비판도 있다. 내부에서 공론화하고 바람직한 조직 개편 방향이 무엇인지 의견을 들어야 하는 게 상식인데 수뇌부는 밀실 행정에 집착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공정위 관계자는 "보안조사 절차상 일부 형평성 차원 문제가 있었다"면서 "조사 대상을 해당 기자와 친분이 있는 일부 과장에서 전체 국과장으로 확대하겠다"고 해명했다.

이성규 기자 zhibag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