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시정연설을 마친 문재인 대통령의 발걸음은 야당으로 향했다. 국민의당은 물론 ‘국민약속 5대원칙 대통령은 이행하라’는 문구를 모니터에 부착한 자유한국당에게도 먼저 다가가 악수를 청했다. 이런 문 대통령을 대하는 의원들의 반응은 제각각이었다.
문 대통령은 12일 오후 2시쯤 첫 시정연설을 갖기 위해 국회 본회의장에 입장했다. 여야 의원들은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나 박수를 쳤지만, 한국당 의원들은 기립만 할 뿐 박수는 치지 않았다.
한국당 의원들은 시정연설에 앞서 의원석 모니터에 ‘야당 무시 일방 통행 인사참사 사과하라’ ‘국민약속 5대원칙 대통령은 이행하라’ ‘인사 실패 협치 보기 문재인정부 포기하라’ 등의 항의 문구를 부착했다. 연설 도중에도 14번의 박수가 터져나왔지만 한국당 의원들은 냉랭한 표정을 유지했다.
그런데 문 대통령이 연설을 마치자 분위기가 묘하게 달라졌다. 문 대통령이 본회의장을 떠나기 전 뒷줄 복도를 가로질러 야당 의원들에게 다가왔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이 웃으며 악수를 청하자 한국당 의원들 역시 표정을 풀 수 밖에 없었다. 서청원 정갑윤 이주영 윤상현 원유철 등 한국당 중진 의원들이 차례로 인사를 나눴고, 정우택 한국당 원내대표도 다가가 문 대통령의 손을 잡았다. 나경원 한국당 의원은 뒷줄이 아님에도 적극적으로 나서 손을 뻗었다.
다시 민주당 쪽으로 돌아간 문 대통령은 국민의당, 바른정당, 정의당 의원들과 인사를 나눴다. 문재인정부 인사에 대해 연일 대립각을 세웠던 이언주 국민의당 의원은 뒷줄 두번째 자리에 서서 문 대통령에게 시선을 고정했다. 먼저 손을 내밀지는 않았다. 문 대통령은 지난 대선 경쟁자였던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 심상정 정의당 상임대표와도 반갑게 인사했다.
반면 온 몸으로 ‘반대’를 표현한 의원도 있었다. 김진태 한국당 의원은 뒤쪽으로 다가온 문 대통령을 쳐다보지 않고 자리에 앉아 앞만 응시했다. 주변 의원들이 모두 문 대통령을 돌아봤지만 꼿꼿한 자세를 유지했다.
이은재 한국당 의원은 시정연설 도중 졸고 있는 듯한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박상은 기자 pse021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