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 기념 콘서트 무대 오른 인순이 "노래 못 하겠다"

입력 2017-06-12 11:24
2일 민주노총 경기북부지부, 의정부경전철시민모임 등 13개 시민단체가 미2사단 창설 100주년 기념콘서트 즉각 철회를 촉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의정부시가 반대 여론을 무시하고 강행한 주한미군 제2사단 창설 100주년 기념 콘서트가 초대 가수 대부분이 불참하면서 결국 파행을 겪었다.

의정부시는 10일 오후 경기도 의정부체육관에서 '우정을 넘어선 미래를 위한 약속'이라는 주제로 미2사단 창설 100주년 기념 콘서트를 열었다. 콘서트에는 인순이, EXID, 산이, 오마이걸, 크라잉넛, 스윗소로우 등 인기 가수들이 초대돼 공연을 선보일 예정이었다. 

하지만 이날 공연장에는 인순이와 크라잉넛을 제외한 다른 가수들은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인순이와 크라잉넛은 무대에 올라 노래는 부르지 않고 "여러모로 사정이 있어서 오늘은 부득이하게 노래를 못 하게 됐다. 죄송하다"며 사과의 말만 남긴 채 돌아갔다.

의정부시는 내년 평택으로 이전하는 미2사단과 52년 우정을 나누고 환송하는 행사로 콘서트를 마련했다. 그러나 기념식과 퇴역 미군 관광투어, 한미우호 상징 조형물 제막식 등 다양한 행사를 열기 위해 미2사단 창설 기념일(10월 26일)을 넉 달이나 앞당겨 진행했다.

시민단체들은 미2사단 창설 100주년 기념 콘서트가 2002년 6월 13일 미군 궤도차량에 희생된 여중생 미선·효순 양 사고 15주기를 사흘 앞두고 열리자 강하게 반발했다.

민주노총·노동당 등은 지난 5월 말부터 "하필 미 장갑차에 희생된 여중생 효순·미선이 사망일을 사흘 앞두고 미군을 위한 공연을 하느냐"며 "왜 부족한 시 예산으로 미군을 위한 행사를 여느냐"고 콘서트 취소를 요구했다.

의정부 지역 9개 시민·사회단체 회원 10여 명은 이날 오후 3시부터 행사 직전까지 의정부체육관 입구에서 콘서트 개최의 부당함을 알리는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시위를 벌였다. 시민단체 관계자는 "두 여중생의 죽음을 추모해야 할 기간에 세금을 들여 가해자인 미군을 위한 잔치를 여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참석한 시민에게 콘서트 개최의 부당함을 알리기 위해 전단과 피켓을 준비했다"고 말했다.

의정부시 관계자는 "미선·효순 양 사고 15주기를 앞두고 팬카페 등에 악성 댓글이 이어지며 대부분 가수가 공연장에 오지 않았다"며 "콘서트가 파행으로 진행된 것에 대해 시민에게 죄송하다"고 말했다.

최민우 인턴기자 cmwoo1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