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석에서 최대 445석으로… 마크롱, 프랑스 정치를 장악하다

입력 2017-06-12 09:17

‘0석’에서 ‘445석’으로.

39세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프랑스 정치를 완벽하게 장악했다. 그가 이끄는 중도신당 ‘라 레퓌블리크 앙마르슈’와 민주운동당 연합이 11일(현지시간) 실시된 총선에서 하원 577석 중 415∼445석을 확보할 것으로 출구조사 결과 예측됐다. 하원 의석의 최대 77%를 차지하게 된 것이다.

예상 득표율은 앙마르슈과 민주운동당 연합이 32.6%, 공화당이 20.9%, 마린 르펜이 이끄는 극우정당 국민전선(FN)이 13.1%, 직전 집권당이었던 중도좌파 사회당이 9% 등이었다. 이를 토대로 18일 결선투표에서 마크롱의 신당과 민주운동당 연합이 415∼445석을 얻을 것으로 예상됐다.

여론조사기관의 이 같은 출구조사 결과가 현실화할 경우 1968년 총선에서 제5공화국 초대 대통령인 샤를 드골의 집권당 완승 이래 최대 승리가 된다. 프랑스를 나치 독일에서 해방시킨 드골은 집권 후 1968년 소위 '68혁명'으로 사회가 불안정해지자 의회를 해산한 뒤 그 해 6월 총선을 실시했다. 당시 선거에서 프랑스 유권자들의 안정 희구 심리에 힘입어 집권당 샤를 드골 전 대통령의 공화국민주연합(UDR)은 하원 전체 487석 중 72.6%인 354석을 가져가는 대승을 거뒀다.

프랑스 유권자들이 기성 정치인들을 포기하고 새로운 인물을 원할 것이라는 마크롱의 도박은 자신의 대통령 당선에 이어 총선에서도 완벽한 성공을 거두었다. 지난달 대통령선거에서 단 한 번도 공직에 선출된 적이 없던 마크롱을 대통령으로 뽑았던 것처럼 총선 1차 투표에서도 프랑스 유권자들은 지난 수십년간 권력을 독점해온 기성 정당에 철저하게 등을 돌렸다. 마크롱의 정치 혁명에 힘을 보태준 것이다.

마크롱 대통령은 이에 따라 향후 5년 간 사실상 거의 반대에 부닥치지 않은 채 프랑스를 통치해 나갈 수 있게 됐다. 그러나 기록적으로 낮은 투표율은 이러한 눈부신 성적을 일부 가리고 있다. 전체 유권자의 절반에 조금 못미치는 49%만이 투표에 참가했다. 이는 많은 유권자들이 아직도 마크롱 대통령에게 마음을 열지 않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아무튼 마크롱 대통령의 절대적 과반의석을 차지한 의회의 우세를 바탕으로 총선 후 즉각 자신의 정책들을 밀어붙일 수 있게 됐다. 여기에는 고용과 해고를 좀더 쉽게 만드는 노동법 개혁과 정치에 대한 프랑스 국민들의 신뢰를 앗아갈 정도로 끝없는 스캔들에 휩싸였던 의회 내 도덕성을 제고하는 방안들이 포함될 것이다.

에두아르 필리페 프랑스 총리는 11일 밤 2차 투표가 끝나면 프랑스 의회는 완전히 "새 얼굴"로 바뀔 것이라고 선언했다. 필리페는 이어 "프랑스가 다시 돌아왔다"고 덧붙였다.

태원준 기자 wjt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