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 클라이번 콩쿠르 우승한 선우예권 “진실한 연주자가 되겠다”

입력 2017-06-12 07:19 수정 2017-06-12 07:29
반 클라이번 콩쿠르에서 우승을 차지한 선우예권. 반 클라이번 콩쿠르 시상식 캡처

“앞으로도 좋은 연주를 들려드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진실한 연주자가 되겠습니다.”

 피아니스트 선우예권(28)이 지난 10일(현지시간) 미국 텍사스 포트워스에서 끝난 제15회 반 클라이번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한국인 최초로 우승했다. 1962년 시작돼 4년마다 개최되는 반 클라이번 콩쿠르는 ‘북미의 쇼팽 콩쿠르’로 불리는 등 세계적인 권위를 자랑한다. 역대 한국인 수상자로는 2009년 손열음이 2위에 오른 바 있다. 선우예권은 11일 전화통화에서 “콩쿠르라는 생각을 접은 채 연주하러 왔다고 스스로를 마인드콘트롤 했다”면서 “이번 콩쿠르에서는 다행히 좋아하는 곡들이 많아 행복하게 음악에 집중할 수 있었다. 과장하고 꾸미기보다는 그저 진실한 감정을 표현하려고 애썼다”고 우승 소감을 밝혔다.

선우예권이 반 클라이번 콩쿠르 파이널 라운드에서 연주하고 있다. 반 클라이번 콩쿠르 제공

 선우예권은 2015년 인터내셔널 저먼 피아노 어워드와 2014년 방돔 프라이즈(베르비에 콩쿠르)에서 한국인 최초로 우승하는 등 그동안 7개 국제 콩쿠르에서 우승했다. 덕분에 ‘콩쿠르 킬러’라는 별명이 붙었지만 실상은 생활비를 벌기 위해 나간 가슴아픈 속사정도 있었다.

 그는 “사실 라흐마니노프 협주곡 3번을 연주했던 마지막 결선 때 감기에 걸려서 컨디션이 좋지 않았다. 열을 내리기 위해 옷을 두세겹씩 껴입고 자며 땀을 뺐다”면서 “부담이 컸지만 어쩌면 그 덕분에 좀 더 복합적인 감정을 표현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웃었다.

 반 클라이번 콩쿠르는 우승자에게 다양한 특전을 제공한다. 당장 5만달러(약 5600만원)의 상금을 받는 것을 비롯해 앞으로 3년간 미국 투어와 음반 발매 등을 지원받게 됐다. 그는 그동안 가지고 있던 한국인 피아니스트 최다 국제 콩쿠르 우승 기록을 8개로 늘리며 콩쿠르 경력을 마감하게 됐다. 그는 “개인적으로 음반을 낼 수 있는 것에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한편 반 클라이번 콩쿠르의 우승과 함께 국내 클래식계에 그의 주가가 폭등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올해 그가 출연 예정이었던 국내 공연이 바로 매진된 것이다. 인터파크티켓과 소속사 목(MOC) 프로덕션 등에 따르면 선우예권이 오는 12월 20일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에서 펼치는 단독 리사이틀이 매진됐다. 목프로덕션은 선우예권이 반 클라이번 콩쿠르에서 연주한 곡 위주로 다시 짜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또한 올해 금호아트홀 상주음악가인 문태국과 10월 12일 금호아트홀에서 펼치는 협연, 11월 23일 금호아트홀에서 바이올리니스트 벤저민 베일먼과 협연하는 듀오 무대 등도 티켓이 빠르게 팔려나가고 있다.

 한편 선우예권은 서울예고를 거쳐 줄리아드 음대, 뉴욕 메네스 음대에서 수학했다. 2016년엔 금호아트홀 상주음악가로 선정됐으며, 독일 저먼 피아노 포럼 소속 아티스트로 전세계를 무대로 활동하고 있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