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같은 6월 하늘… 미세먼지 사라진 까닭은

입력 2017-06-12 05:00
전국의 미세먼지가 보통 수준을 보인 11일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에서 바라본 하늘이 파랗다. 사진=국민일보 DB

6월 들어 미세먼지 농도가 낮아 깨끗한 공기를 만끽할 수 있는 날이 이어지고 있다. 청명하고 쾌적한 날씨가 계속돼 외출과 야외활동도 부쩍 늘었다. 불과 몇 주 전까지 하늘을 뿌옇게 덮고 있던 미세먼지는 다 어디로 갔을까. 왜 이렇게 공기가 깨끗해진 걸까.

청명한 날씨는 수치로 확인된다. 지난해 6월 1일부터 6월 10일까지 미세먼지 평균 농도는 44㎍/㎥였다. 올해 같은 기간은 평균 34㎍/㎥로 지난해보다 10㎍/㎥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미세먼지 예보가 '좋음'을 가리킨 날이 거의 없었던 3, 4월과 달리 6월 들어서는 서울도 심심치 않게 '좋음' 예보가 나오고 있다.

지난달만 해도 종종 ‘미세먼지 경보’가 발령되는 등 야외활동에 큰 불편을 겪어야 했다. 이에 정부는 지난달 15일 노후 석탄화력발전소의 셧다운(일시 가동 중단) 단행과 조기 폐쇄 방침을 담은 미세먼지 대책을 '대통령 업무지시'로 발표했다. 

새로 출범한 정부가 서둘러 달려들어야 했을 만큼 심각했던 미세먼지가 '갑자기' 사라진 가장 큰 요인은 '바람의 변화'였다. 우리나라는 여름이 되면 중국에서 불어오는 서풍 대신 동풍과 남풍의 영향을 더 많이 받는다. 동풍과 남풍은 모두 바다에서 불어오는 바람이어서 먼지가 실리지 않은 청정 상태로 한반도에 들어와 대기를 채운다. 

봄철에 강한 편서풍을 타고 대륙에서 날아오던 미세먼지가 여름 들어 동풍과 남풍의 '차단벽' 효과에 가로막히는 이유는 대륙 공기가 해양 공기에 주도권을 내주는 기류 변화 때문이다. 겨우내 한반도로 불어닥치던 대륙의 바람이 바닷바람의 세력에 눌려 힘을 쓰지 못하면서 깨끗한 공기가 한반도 상공을 점유하게 됐다. 

그렇다고 늘 동풍만 부는 것은 아니다. 11일은 북풍이 불어 왔다. 대륙 쪽에서 불어온 바람이었지만 먼지를 많이 머금고 있지 않았다. 이는 대륙도 여름에 접어들어 난방을 하지 않게 된 상황이 큰 영향을 미쳤다. 

진형아 기상청 예보관은 “11일 현재 중국에서 불어오는 북풍의 영향을 받고 있지만 난방을 하는 계절이 아니어서 중국 북부의 대기의 질도 깨끗한 상태”라며 “적어도 13일까지는 미세먼지 없는 쾌청한 날이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일주일간 노후 석탄화력발전소를 일시 가동중단(셧다운)시킨 것이 지난주의 청명한 대기환경을 만든 것 아니냐는 기대 섞인 반응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의 미세먼지 대책이 대기 질 개선에 얼마나 기여할지에 대해서는 좀 더 지켜봐야할 것으로 보인다.

이재범 국립환경과학원 연구관은 “셧다운을 통한 미세먼지 배출량 감축 효과가 2~3%정도 될 것이라고 추정하고 있다”며 “셧다운이 분명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는 있겠지만 최근의 대기 질 개선 전체를 설명하기에는 아직 연구가 부족하다”고 밝혔다.

한편, 일본 남쪽에 장마전선이 길게 자리하고 있지만 북태평양 고기압이 북상하고 있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비 예보도 없는 맑은 날씨가 한동안 이어질 전망이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