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기고] 한국인의 잠든 DNA를 밥상머리교육으로 깨우자
그런데 유대인은 OECD 세계 학업성취도가 26위로 한국보다 휠씬 낮다. 영국에서 조사한 IQ 지수는 한국인이 평균 106으로 측정되었고, 유대인은 94로 나왔다. 이쯤에서 궁금할 수밖에 없다. 한국인은 우수한 두뇌를 바탕으로 더 오랜 시간 공부하며, 학업성취도까지 더 높은데 왜 노벨상 수상은 그렇게 많은 차이가 날까? 그들에게 있고 우리에게 없는 것. 바로 대대로 전통과 문화로 전수되는 밥상머리교육이다.
미국 하버드대 캐서린 스노 교수는 2년 동안 만3세 유아 83명을 연구한 결과 “아이들이 습득한 2000여 개 단어 중 책읽기를 통해 140여 개, 가족 식사에서 1000여 개를 배웠다”고 밝혔는데 그만큼 밥상머리교육은 확실하게 검증된 최고의 교육방법이다. 그렇다면 이제 답은 명확해졌다. 우리도 부모가 밥상머리교육을 하면 되는 것이다.
필자는 2016년 여름부터 밥상머리교육을 실천했다. 그때 첫째 딸 지유가 초등학교 3학년이었고, 둘째 아들 찬유는 1학년이었다. 내성적이었던 지유는 묻는 말에 대답을 흐리거나 아예 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 성격 급한 나를 자주 화나게 만들었다. 그래서 무슨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다가 시작한 것이 신문을 활용한 밥상머리교육이었다. 유대인처럼 밥상머리에서 탈무드와 성경으로 대화를 하려했지만 종교와 문화 차이를 실감하고 신문을 밥상머리교육의 교재로 선택했다.
신문은 다양한 내용들이 짤막한 단문으로 되어 아이들과 함께 읽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아 좋았다. 그리고 사진과 그림들이 다채롭게 배치되어 아이들이 흥미를 가질 거라 생각했다. 그때 필자는 직장문제로 주말에만 집에 왔기 때문에 토요일 아침시간을 밥상머리교육 시간으로 정했다. 처음에 가족끼리 앉아서 신문을 돌아가면서 읽었는데 어려운 단어가 가득한 신문에 아이들은 질려하는 표정이었고 대화를 하기 위한 질문에 굳게 입을 다물었다. 그러나 두 달이 지나면서 놀라운 변화를 경험하게 되었다. 그토록 내성적이었던 지유가 신문과 토론이 재미있다며 말문을 연 것이다.
신문으로 밥상머리교육을 하던 어느 날 ‘최순실 국정농단’ 기사를 아이들과 이야기 하다가 어느새 국가의 탄생까지 거슬러 올라갔다. 그 순간 머릿속에 번개가 쳤다. 맞다! 밥상머리에서 신문으로 인문학을 교육할 수 있구나! 그때가 신문으로 밥상머리교육을 한지 3개월이 지난 시점이었다. 이후 우리 가족의 밥상머리는 정치, 경제, 사회, 복지, 교육 등 다양한 주제를 가지고 토론하는 지적인 세미나가 되었다. 물론 그 과정이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그러나 한 가지 확실한 것은 6개월 만에 우리 아이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사설과 기사 하나를 골라서 읽고 제목을 새로 바꾸어 스크랩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아이들이 어려운 용어가 많은 신문을 읽고 이해하기 시작했다. 아직 찬유는 서투르지만 지유는 신문기자들처럼 제목을 엣지 있게 뽑아내고 있다. 그리고 밥을 먹다가 간혹 이런 말을 한다.
“아! 토론하고 싶다”
요즘 우리 가족의 밥상머리는 아테네 광장 못지않은 토론장으로 탈바꿈했다. 주제도 인류의 탄생부터 중국의 사드보복, AI로봇까지 넘나들었다. 아버지가 똑똑해서? 아니다. 신문에 다양한 주제가 매일 약 300개 정도 쏟아져 나오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신문은 참으로 좋은 밥상머리교재다. 우리 아이들을 보며 필자는 밥상머리인문학의 효과성에 대한 확신이 들었다. 그리고 혼자만 알기 아까운 밥상머리인문학을 여러 사람들과 공유하기 위해 세계 최초로 「미디어를 활용한 인문학 교육방법」을 2017년 1월 특허로 출원했다. 모두 6개월 만에 일어난 밥상머리교육의 기적이다.
자원이 없는 한국은 사람이 자원이다. 그래서 우리의 희망은 사람과 교육에 있다. 그런데 한국의 암기식 교육은 창의적인 아이를 생각 없는 바보로 만들고 있다. 이제 아이들의 교육을 학교와 학원에만 위탁하지 말고 부모가 직접 나서야 한다. 아이들의 우수한 DNA를 깨우는 것은 그 누구도 아닌 부모가 자녀에게 직접해주는 밥상머리교육이다. 한국은 초저출산 국가로서 아이 한 명 한 명이 더욱 소중하다. 이러한 중요한 시기에 ‘부모가 자녀에게 해주는 밥상머리인문학’은 더욱 중요해졌다. 필자가 한국밥상머리교육연구소를 만들고 교육문화운동으로 전개하고 있는 까닭이다.
밥상머리교육은 밥상머리인문학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인문학이 저명한 교수와 학자들만의 영역은 결코 아니다. 가정에서 부모와 자녀의 대화로 인문학이 가능하다는 것을 필자는 경험을 통해 깨달았다. 인문학(人文學)이라는 글자는 사람 인(人), 글월 문(文), 배울 학(學)으로 구성 되어있다. 결국 사람을 배우는 학문이 인문학이다. 사람을 사람답게 만드는 학문. 그래서 최고의 학문. 여러분의 밥상머리에서도 인문학의 향연이 펼쳐지길 기대해본다.
김정진(39)
- 한국밥상머리교육연구소장
- 교육학박사
- 청주교육대학교 연구교수
- 아주대학교 외래교수
- 저서: 제안왕의 비밀, 꽃할배 정우씨!
- 전) 호산대학교 유아교육과 교수
- 전) 국회의원 보좌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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