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대학에서 과 학생회장이 '학생회 공금'을 딱한 처지에 놓인 자기 여자친구를 위해 사용하겠다고 공지했다가 논란에 휘말렸다.
지난 10일 A대학의 익명 페이스북 페이지에 모 학과 학생회장 A씨가 배포한 공지글이 올라왔다. 이 글을 페이스북에 올려 공개한 학생은 "춘계답사 후 학생회장 A씨가 100만원이 넘는 공금을 정확한 설명과 확실한 정보도 명시하지 않은 채 그저 단톡방에 이런 몇 줄의 글로 통보했다"며 "공금을 사적으로 사용하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A씨는 이 공지글에 "여러분에게 이런 부탁을 하게 되어 개인적으로도, 학생회장으로도 슬픈 마음을 감출 수 없다"면서 "저희 학생회 학술부장인 B학우의 아버님이 뇌출혈로 쓰려지셨다. 아직 중환자실에 계실 만큼 많은 힘과 기도가 필요하다. 이번 춘계답사로 138만9550원의 금액이 남았다. 이 금액으로 학생회를 위해 힘썼던 B씨에게 힘을 주고 싶다"며 이 돈을 병원비에 사용하겠다는 뜻을 알렸다.
그는 "B씨가 제 여자친구인 것을 부정하지 않겠다. 개인적으로 도와주고 싶고, 힘이 되고 싶다"며 "이렇게 해서라도 돕고 싶은 마음과 상황을 부디 이해해 달라. 작은 도움을 주는 데 동의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이 금액은 우리 과 인원으로 나눌 때 한 사람당 7700원 정도로 돌아간다. 개인으로 나누면 얼마 안 된다. 기부를 원하지 않고, 돌려받길 원한다면 무기명으로 돌려주겠다"고 덧붙였다.
공지를 공개한 네티즌은 "B학우 아버님 상황이 안타까운 것은 맞지만, 저 돈은 명백한 공금"이라며 "7700원이라는 돈을 내기 싫다는 것이 아니다. 한 명당 나눴을 때 7700원밖에 되지 않으니, 적은 금액이니, 하는 회장의 말은 그냥 웬만하면 B학우를 위해 기부하라는 강요 아닌 강요"라고 지적했다.
또 "이번 공지는 학생회장의 권위를 이용해 엄연한 특혜를 주는 것"이라며 "알지도 못하는 B학우를 그저 학생회장의 여자친구라는 이유로 강제로 도와줘야 할 필요성을 솔직히 느끼지 못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B학우가 아니라 학생회장과 친하지 않은 다른 학우에게 어려운 상황이 닥친다면, 그 때도 공금을 사용해 지원할 것인지 의문"이라며 "기부를 원치 않으면 조장에게 개인적으로 연락해야 한다. 결국 조장, 회장단 전부 알게 되는데 이게 어떻게 무기명이냐"고 비판했다.
이어 "회장 본인의 여자친구라 정말 안타깝고, 개인적으로 도와주고 싶은 마음 잘 이해하겠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돕고 싶은 마음에 왜 공금을 이용하려 하는 것인가"라며 "다른 학우들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채 공금을 가볍게 여기는 학생회장의 태도는 명백한 횡령"이라고 강조했다.
사연을 접한 이들은 "여자친구라는 인맥이 아니었다면 과연 100만원이 넘는 '공금'을 선뜻 사용했을까" 등의 댓글을 달며 비판적 의견을 밝혔다. 논란이 계속 되자 학생회장은 11일 오전 사과문을 올렸다.
A씨는 "지나치게 감정적이었고, 판단력이 흐려졌었다. 권력남용으로 여자친구를 도우려 했다는 말을 부정하지 않겠다"며 "감정적인 부분이 앞서 학우들의 돈을 가볍게 여겼다. 죄송하다"고 말했다.
최민우 인턴기자 cmwoo1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