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치고 공격, 닥치고 반대…한국당의 ‘文정부 한달’

입력 2017-06-11 15:00
지난 6일 인사청문회 대책회의에 참석한 정우택 한국당 대표 권한대행이 이를 악물고 있다. 뉴시스

‘닥치고 공격.’

축구 전술을 설명할 때 사용되는 이 말은 문재인정부 출범 후 야당이 된 자유한국당의 ‘정국 전술’에도 그대로 들어맞는다. 정부 구성을 위한 각료 인선과 청문회 절차가 진행되는 인사 정국에서 한국당은 거의 모든 후보자를 반대했다. 기꺼이 찬성 의견을 내준 경우는 한 번도 없고, 최근엔 “임명 강행 시 실력행사”라는 물리력 동원 카드까지 꺼내 들었다.

이번 주 인사정국은 분수령을 맞는다.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의 청문보고서 채택 여부가 가려지고 김부겸(행정자치부) 김영춘(해양수산부) 도종환(문화체육관광부, 이상 14일) 김현미(국토교통부, 15일)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가 계획돼 있다. 역대 정권에서 ‘불패’ 전례를 축적해온 ‘의원 출신 장관 후보자’에 대해선 ‘닥치고 반대’의 한국당이 어떻게 나올지 주목된다.

문재인 대통령은 12일 국회에서 취임 후 첫 시정연설을 한다. 일자리 추경안에 협조를 요청하는 내용이 주를 이룰 전망이다. 문 대통령은 1987년 개헌 이후 취임 후 가장 이른 시일 안에 시정연설을 하는 대통령이 됐다. 추경안을 설명하는 대통령 시정연설도 처음이다.

시정연설은 급랭한 상태인 '인사 정국'과 맞물려 있다. 국회는 12일 인사청문특위와 정무위원회 회의를 각각 열어 김이수 김상조 후보자의 청문보고서 채택 문제를 다시 논의할 예정이다. 문 대통령이 직접 국회에 가서 시정연설을 하는 날 두 후보자의 '통과' 여부가 결정되는 터라 12일 국회 상황은 여야 관계에 분수령이 될 수 있다.

이와 함께 의원 출신 장관 후보자들의 ‘인사청문회 2라운드'가 펼쳐지고, 추경안과 정부조직법 개정안 논의도 시정연설 이후 핵심 쟁점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후속 내각 인선도 속속 이뤄질 터여서 여야 ’협치‘ 문제는 계속 시험대에 머물 수밖에 없다.

‘107석 제1야당’인 한국당은 이낙연 총리 인준 표결 때 집단 퇴장했고, 서훈 국정원장 청문보고서 채택을 한 차례 불발시켰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후보자도 “23년 전 택시기사와 요금시비” 문제까지 거론하며 끝까지 반대하다 막판에야 ‘적격’ 채택에 동의했다.

현재 보고서 채택이 표류하고 있는 김이수 김상조 강경화 후보자에 대해선 모두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이를 설득하기 위한 청와대의 ‘소통’ 시도에도 응하지 않기로 했다. 문 대통령은 다음주 국회의 여야 상임위원장단과 만나 인사정국과 추경 등에 협조를 부탁할 예정인데, 한국당은 이 자리에 참석하지 않겠다고 밝힌 상태다.

한국당은 정부조직법과 추경 처리 국면에서는 전세를 뒤집겠다며 강경기조를 예고하고 있다. 한국당이 부적격이라 분류한 인사의 임명을 강행할 경우 정부조직법 개정과 추경 처리에서 강력한 ‘투쟁’을 벌이겠다는 것이다.

한국당 원내 핵심 관계자는 11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원칙에 어긋나는 인사를 한다면 정부조직개편과 추경안 처리 등의 현안에 협조할 수 없다"며 "법률상 효과적인 모든 방법을 동원해 원내투쟁을 하겠다"고 밝혔다.

한국당은 인사청문회 국면에서 독자적인 정부여당 ‘견제’에 한계를 드러냈다. 캐스팅보트를 쥔 국민의당이 여당에 협조할 경우 이를 막을 방법이 없었다. 국민의당(40석)과 더불어민주당(120석)의 의석수를 합하면 160석으로 과반을 점한다.

그러나 정부조직법 처리 국면에서는 새로운 전선을 형성할 수 있다고 본다. 한국당은 물 관리를 환경부로 일원화하도록 한 정부조직 개편안에 대해 정치적 의도가 있다며 반대하고 있다. 반대 입장을 관철하기 위해 ‘국회선진화법’을 전면에 무기로 내세울 태세다.

국회법은 이견이 있는 안건에 대해 상임위원 재적의원 3분의 1 이상의 요청으로 안건조정위를 구성해 90일 동안 논의할 수 있도록 하고 있는데, 정부조직법 개정안 처리가 3개월 지연된다면 정부 입장에서는 크나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 한국당이 여당일 때 ‘폐기’를 부르짖었던 선진화법이 이제 한국당의 ‘닥치고 반대’에 가장 강력한 원군이 된 것이다.

국회선진화법에 따라 직권상정도 쉽게 할 수 없다. 국회법은 직권상정 요건을 천재지변,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상태로 제한하고 있어 국회의장이 직권상정을 시도하는 경우 요건에 부합하는지 논란이 있을 수 있다. 법안 처리를 위한 최종 관문인 법제사법위원장을 한국당에서 맡고 있다는 사실도 여당을 견제할 수 있는 주요 수단이다.

한국당이 추경안에 반대하는 명분은 “요건에 맞지 않은 일방적 밀어붙이기”라는 것이다. 이현재 정책위의장은 지난 8일 원내대책회의에서 "국가재정법에 따르면 추경편성 사유는 경기침체와 대량실업이 예측되는 경우"라며 "이번 추경은 근본적으로 법 원칙에 맞지 않다"고 말했다. 역대 정부마다 ‘적극적 해석’을 통해 편성해 왔던 ‘추경 사유’를 원칙대로 해석해 맞서겠다는 의도가 담겨 있다.

태원준 기자 wjt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