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양림동 걷다(양성현 지음, 미디어코리아)

입력 2017-06-11 14:45

올레길, 둘레길, 순례길, 마실길이 인기를 끌고 있고, ‘걷기 열풍’이 전국적으로 불고 있다. 그 열풍에 따라 지친 나를 추스르고자 할 때 우리는 길을 떠나고 싶다. 그러나 ‘단순히 걷기’보다는 ‘의미를 담은 걷기여행’이라면 어떨까.

여행의 의미를 담은 책 '양림동 걷다'가 그래서 나왔다.

광주 양림동을 거니는 일은 아마도 ‘보이지 않는 의미 있는 시간의 순례’가 될 것이다. 양림동이 다른 지역과는 다른 매력이 있다면 ‘양림동만의 독특한 문화’가 있다는 것이다.

양림동에서 만날 수 있는 큰 축은 한국 기독교 역사와 광주정신, 그리고 우리 전통문화, 예술이다. 양림동은 광주에서 가장 먼저 기독교 선교사들이 발을 내디딘 곳이다. 한국 근대기독교 역사가 양림동 건물 곳곳에 남아 있다.

광주의 근대화에 지금으로부터 110년 전 광주에 온 선교사들의 역할이 컸다. 선교사들은 기독교의 뿌리를 내리도록 복음을 전하는 일 외에도 교육, 의료 봉사를 통해 근대화에 큰 기여를 했다. 게다가 더 위대한 것은 천형(天刑)으로 알려져 가족으로부터 버림받은 ‘한센병자’를 광주의 선교사들이 온몸으로 껴안았다는 것이다.

한센병자를 처음으로 안은 포사이드 선교사, 지금의 수피아여고 등을 설립해 교육에 힘쓴 유진 벨 선교사, 제중원(지금의 광주기독병원)을 세워 의료선교에 힘쓴 우일선 선교사, 의료선교 및 양림교회를 설립한 오웬 선교사, 여성으로 빈민과 한센병 환자에 평생 헌신한 서서평 선교사 등이 주인공이다.

의미 있는 이곳 양림동이 요즘 역사문화마을로 지정돼 ‘핫한’ 지역으로 뜨고 있고, 많은 관광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니 반갑다. 이런 발걸음은 결국 위대한 선교사들의 역사를 추억하는 일일 것이다.

또 이 작은 마을은 3·1운동부터 6·25, 5·18민주화 항쟁까지, 숫자만 표시해도 알 수 있는 우리네 근현대사의 주요 사건을 두루 겪었다. 그 흔적이, 그러니까 지난 백십 여년의 세월이 이 작은 마을 곳곳에 오롯이 남아 있다. 그래서 양림동은 110년 전 시간이 멈춘 곳, 근대의 시간이 오롯이 살아 숨 쉬는 곳이다.

그렇다고 양림동이 그저 박재된 문화 마을이 아니다. 아직도 살아 숨 쉬고 있는 역동적인 그런 문화 마을이다.

반가운 것은 서울에서 양림동을 찾아가는 일이 어렵지만은 않다는 것이다. 이전 양림동은 서울에서 먼 곳이었지만 교통 발전으로 참 가까운 곳이 되었다. 서울 수서역에서 출발하는 SRT나 용산역에서 출발하는 KTX로 이제 두세 시간 쯤 거리에 양림동이 있다.

‘근대역사를 찾아 떠나는 시간여행’이나 ‘보이지 않는 의미 있는 시간의 순례지’를 찾는 중이라면 이 책과 함께 ‘양림동’으로 떠나보면 어떨까.

저자 양성현은 고려대 경영대 경영학과를 나와 금호와 대상그룹을 거쳐 내일신문 취재기자를 역임했다. 그는 이번 '양림동 걷다'에 앞서 여행 책 '앙코르와트 4박6일', '한양도성 가는 길'을 냈다.

최영경 기자 yk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