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12일 국회에서 취임 후 첫 시정연설을 한다. 일자리 추경안에 협조를 요청하는 내용이 주를 이룰 전망이다. 문 대통령은 1987년 개헌 이후 취임 후 가장 이른 시일 안에 시정연설을 하는 대통령이 된다. 추경 예산안을 설명하기 위한 대통령 시정연설도 처음이다.
시정연설은 급랭한 상태인 '인사 정국'과 맞물려 있다. 국회는 12일 인사청문특위와 정무위원회 회의를 각각 열어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의 청문보고서 채택 문제를 다시 논의할 예정이다. 지난주 야당의 반대로 불발된 보고서 채택이 성사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문 대통령이 직접 국회에 가서 시정연설을 하는 날 두 후보자의 '통과' 여부가 결정되는 터여서 12일 국회 상황은 문재인 정부의 안정적 출범 및 여야 관계에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대선후보 시절부터 '일자리 대통령'을 자임한 문 대통령에게 가장 시급한 현안은 '좋은 일자리 늘리기'다. 일자리가 늘어나야 국민 소득이 증가해야 문 대통령의 경제 패러다임인 '소득주도 성장'도 빛을 볼 수 있다. 문 대통령은 시정연설에서 '고용 절벽' 심각성 등을 언급하면서 추경안을 원만하게 처리해 달라고 당부할 예정이다.
민간 경제 영역인 일자리 창출에 정부가 지나치게 개입한다는 지적도 적극 해명할 것으로 보인다. 극심한 양극화 해소를 목표로 하는 경제 정책의 '패러다임 변화'를 언급할 가능성도 있다. 문 대통령은 6·10 민주항쟁 30주년 기념식 기념사를 통해서도 '경제 민주주의'를 강조했다.
문 대통령이 시정연설에서 꽉 막힌 인사 정국을 국회가 원만히 풀어 달라고 요구할 지도 관심사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 후보자 등 청문회를 마치고도 인사청문보고서를 채택하지 못한 고위 공직 후보자가 3명이나 돼 좀처럼 인사에 속도가 나지 않고 있어서다. 정무적 사안인 만큼 시정연설을 앞두고 국회의장을 비롯한 여야 지도부를 만나는 자리에서 협조를 당부하고 연설에서는 원론적 수준으로 언급할 가능성이 있다.
이번 주는 김부겸(행정자치부) 김영춘(해양수산부) 도종환(문화체육관광부, 이상 14일) 김현미(국토교통부, 15일)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계획돼 있다. '인사청문회 2라운드'가 펼쳐진다. 추경안 및 정부조직법 개정안 등 6월 임시국회 핵심 안건도 본격적으로 논의되기 시작한다.
이런 상황에서 인사청문회를 끝내고도 청문보고서가 채택되지 않은 김이수 강경화 김상조 후보자 문제가 여전히 남아 있다. 한국당과 바른정당이 세 사람 모두 부적격이라고 사퇴를 요구하고 있는 데다 캐스팅보트를 쥔 국민의당도 협조적인 자세만은 아니다. 한국당은 청문보고서 채택을 저지하기 위한 '실력행사'까지 공언했다.
김이수 후보자 문제를 다룰 국회 인사청문특위는 지난 9일 청문보고서 채택이 무산된 후 12일 정당별 간사 협의를 열기로 했다. 전체회의가 개최될지는 미지수다. 인사청문특위 위원장이 한국당 유기준 의원인 데다 국민의당이 김 후보자의 적격 여부와 청문보고서 채택에 응할지 최종 판단을 내리지 않은 상태다.
국회 정무위 역시 12일 오후 전체회의를 열어 청문보고서 채택을 위한 세 번째 시도에 나서지만 낙관하기는 이르다. 민주당과 국민의당, 바른정당이 김 후보자 부인의 '불법 취업 의혹'에 대한 감사원 감사청구를 의결하는 선에서 청문보고서를 채택하자고 가닥을 잡았지만 한국당이 극구 반대하는 상황이다. 정무위원장인 한국당 소속 이진복 위원장이 여야 합의를 강조해 회의 자체의 무산 가능성과 함께, 민주당이 이 위원장의 사회권을 어렵게 넘겨받아 한국당 불참 속에 청문보고서를 채택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강경화 후보자의 경우 정의당을 제외한 한국당, 국민의당, 바른정당 등 야권이 공히 부적격 후보자로 분류하고 자진사퇴나 문재인 대통령의 지명철회를 요구해 국회 외교통일위 회의 일정 자체가 잡히지 못한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청와대와 여당은 야권을 향한 물밑 접촉과 여론전을 병행하며 협조를 얻어내기 위한 설득전을 강화하고 있다. 인수위도 없이 출범한 새 정부의 조속한 출범을 위해서는 야권의 협조가 절실하다는 것이다.
특히 야권이 모두 부적격이라고 판단한 강경화 후보자의 경우 정상 외교를 줄줄이 앞둔 상황에서 외교 수장 자리를 마냥 비워둘 수 없다며 어떻게 해서든 강 후보자 인선을 관철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이에 대해 한국당은 '부적격 3인방'의 임명이 강행된다면 협치의 종료 선언을 의미한다고 저항하며 향후 추경이나 정부조직법 개정안, 개혁입법 처리 과정에서도 협조할 수 없다고 압박하고 있다.
태원준 기자 wjt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