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단횡단 보행자 사망사고, 버스기사 항소심서 '무죄'

입력 2017-06-11 10:30
사진=국민일보 DB

무단횡단을 하던 30대 남성을 차로 치어 숨지게 한 버스기사가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 받았다.

서울북부지법 형사1부(부장판사 조휴옥)는 11일 버스기사 최모(52)씨의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치사) 혐의에 대한 항소심에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했다.

최 씨는 지난해 3월 9일 오후 9시 52분쯤 서울 동대문구의 한 왕복 6차선 도로에 있는 버스전용차선에서 버스를 운전하다가 무단횡단을 하던 김모(36)씨를 치어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당시 최 씨는 버스전용차선인 1차선에서 시속 50㎞로 운행하고 있었으며 김 씨는 편도 3차선에서 1차선 방향으로 무단횡단을 했다. 김 씨가 무단횡단하던 도로 2차선에는 여러 차량이 줄지어 정지한 상태였다. 최 씨는 차들 사이에서 갑자기 튀어나온 김 씨를 보고 차량을 급제동했으나 결국 치어 숨지게 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최 씨에게 전방좌우를 살피면서 보행자가 도로에 있는지를 확인해야할 의무가 있음에도 이를 게을리 해 사고가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원심은 최 씨가 무단횡단하던 김 씨를 발견할 수 있었던 시점이 충돌지점에서 약 35~42미터 떨어져 있었을 때라는 점을 들어 사건 당시 정지가능거리가 충분했다고 판단했다. 원심은 최 씨에게 전방주시의무를 위반한 과실이 있다며 금고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정지가능거리에 관한 원심 판단을 부정했다.

재판부는 김 씨가 차량 사이로 무단횡단을 하면서 최 씨의 시야에 갑자기 튀어나왔으며 최 씨가 옆차선을 제외하고는 교통이 원활한 상태였던 도로에서 무단행단을 예측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버스기사 최 씨는 야간에 해당 도로의 제한속도인 시속 60㎞를 준수하면서 약 45~48㎞의 시속으로 운행하고 있었으며 특별히 주의를 분산시킬만한 다른 행동을 한 정황이 없다고 판단했다.

또 재판부는 차내 블랙박스 분석 결과를 토대로 최 씨가 김 씨를 발견한 뒤 제동장치를 조작하더라도 충돌을 피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블랙박스 영상에는 35~42미터 앞에서 무단횡단하는 김 씨의 모습이 0.5초 나타났으나 이내 차들에 가려 보이지 않았다고 한다. 김 씨의 모습이 다시 영상에 나타난 뒤 충돌이 발생하기까지 걸린 시간은 0.967초였던 것으로 조사됐다.

재판부는 "비록 3차로를 횡단하는 모습이 잠시 나타나지만 사건 발생 시각이 야간인 점, 2차로에 차량이 정지해 있어 최 씨의 시야를 부분적으로 가렸다는 점, 김 씨가 빠르게 뛰어 도로를 가로지른 점 등을 고려했다"고 말했다.

이어 "최 씨가 3차로만 주시하고 있었다고 해도 김 씨를 볼 수 있었던 시간은 0.5초에 불과하다. 또 그는 반대방향도 주시해야 했다"며 "최 씨는 사고 발생시각보다 약 0.967초 전에야 비로소 김 씨를 발견할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이며 이는 일반적으로 알려진 인지 반응시간인 0.7~1초에도 미치지 못한다"고 판결했다.

최민우 인턴기자 cmwoo1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