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카이 도시히로(二階俊博·78) 일본 자민당 간사장이 10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특사 자격으로 한국을 방문했다.
김포공항을 통해 입국한 니카이 특사는 공항을 나서며 “모든 이들과 협력해 제대로, 최선을 다하고 싶다”고 밝혔지만, 가장 민감한 현안인 한·일 위안부 합의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
니카이는 한국 재계 인사들과 나가미네 야스마사(長嶺安政) 주한 일본대사 등 공항으로 환영 나온 인사들과 여유 있는 모습으로 기념사진 촬영까지 했다. 일본 전국 여행업협회 회장을 맡으며 오랫동안 한·일 양국 간 민간교류에 관여해 온 그는 이번 방한길에 일본 관광업계 관계자들을 대동시켰다.
니카이 특사는 일본 집권 여당인 자민당의 2인자로 자민당 내 파벌 ‘니카이파'의 수장이다. 1983년 정계에 입문한 그는 현재까지 중의원 11선에 각료 및 당 중역을 고루 역임한 베테랑 정치인으로 당 내에서 한국과의 관계를 중시하는 온건 성향의 지한파로 분류된다.
이날 KTX편으로 전남 목포로 이동한 특사단 일행은 김대중 노벨평화상 기념관 방문을 시작으로 나흘간의 공식 방한 일정에 돌입했다. 일본 특사단은 김대중 전 대통령의 삼남 김홍걸 더불어민주당 국민통합위원장과 김성재 기념관 이사장, 박지원 전 국민의당 대표 등의 안내로 기념관을 살펴봤다.
니카이 특사는 인사말을 통해 “지금까지 양국 사이에 많은 일들이 있었지만 저는 한 번도 흔들림 없이 한국을 신뢰하고 우호관계의 길을 걸어왔다”면서 “일본 특사단의 방한이 양국의 우호친선을 증진하는데 기여하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그는 “양국 관계에 있어 비우호적인 사람들도 있지만 우호적인 사람들이 훨씬 더 많다”며 “양국은 세계에서 가장 가까운 나라이기에 진심으로 큰 마음을 갖고 노력한다면 우호 관계가 더욱 견고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일본 특사단 일행은 목포에서 일박 후 11일엔 목포 공생원을 방문할 예정이다. 공생원은 ‘전쟁 고아들의 어머니’로 칭송 받는 윤학자(일본명 다우치 치즈코·甲內千鶴子) 여사가 고아들을 돌본 곳이다. 윤학자 여사는 일제강점기 조선총독부 관리의 외동딸로 태어나 아버지를 따라 목포로 온 뒤 공생원을 운영하던 조선인 윤치호 전도사와 결혼해 고아들을 돌봤다.
니카이 특사는 오는 12일 문재인 대통령을 만나 아베 총리의 친서를 전달하고, 한·일 관계 현안과 발전 방안에 대해 의견을 교환할 예정이다.
구성찬 기자 ichthu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