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켈, “EU는 브렉시트 준비됐다” 총선 패배한 메이 압박

입력 2017-06-10 14:58 수정 2017-06-11 07:42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9일(현지시간) 멕시코 수도 멕시코시티의 대통령궁에서 엔리케 페냐 니에토 멕시코 대통령과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AP뉴시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유럽연합(EU)은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협상 준비를 마쳤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고 영국 BBC방송이 1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메르켈 총리는 전날 멕시코 순방 중에 “일정에 맞춰 협상을 빨리 진행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의 보수당이 조기 총선에서 과반 의석 확보에 실패한 뒤 나온 첫 반응이다.

메이 총리와의 결전을 앞두고 기선을 제압하는 의도로 보인다. 메르켈 총리는 “영국 총선이 끝나고 협상을 시작하길 기다려왔다. 우리는 EU 27개국의 이득을 지키고, 영국은 스스로의 이득을 보호하기 위해 애쓸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우리가 영국의 좋은 동반자가 되길 원한다”며 “영국이 탈퇴하더라도 영국은 여전히 유럽의 일부”라고 친밀감을 드러냈다.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 신화뉴시스

보수당이 총선 전보다 13석을 잃으면서 ‘하드 브렉시트’ 추진에도 제동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메르켈 총리의 경제 선임고문인 마이클 푹스 기독민주당 부총재는 “총선 결과는 메이 총리에게 현실을 직시하고 접근법을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알려주는 신호”라고 진단했다. 또 “유권자들이 메이 총리에게 동의했더라면 더 많은 표를 주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브렉시트 협상이 총선 후 영국 뜻대로 진행되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기 베르호프스타트 유럽의회 브렉시트 협상대표는 트위터를 통해 “데이비드 캐머런 전 총리에 이어 메이 총리가 또 자살골을 넣었다”며 “이미 어려운 협상을 더 힘들게 만들어놓았다”고 혹평했다. 정치적 입지를 위해 브렉시트 승부수를 던졌다 실패한 캐머런 전 총리를 빗댔다.

장클로드 융커 EU 집행위원장은 “협상이 지연 없이 진행되길 바란다”는 뜻을 분명히 전했다. 미셸 바르니에 협상대표가 “협상은 영국이 준비가 됐을 때 해야 한다”는 의견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이다. 도날트 투스크 EU 정상회의 상임의장도 “협상이 언제 시작할지는 모르지만 언제 끝날지는 안다”면서 2019년 3월까지는 끝마쳐줄 것을 당부했다.

권준협 기자 ga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