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의 ‘나쁜 사람’ 노태강, 문재인정부 '차관' 됐다

입력 2017-06-09 17:12

박근혜 전 대통령이 ‘나쁜 사람’이라고 지목해 공무원 생활을 마감했던 노태강(57) 전 문화체육관광부 체육국장이 문체부 2차관에 임명됐다. 노 차관 임명은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의 한복판에 있었던 문체부 개혁의 신호탄이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법제처장에는 여성인 김외숙(50·사법연수원 21기) 법무법인 부산 변호사가 임명됐다.

청와대는 9일 차관급 5명 인사를 단행했다. 핵심은 노 차관이다. 청와대는 노 차관에 대해 “체육 분야에 정통한 관료 출신으로 평창 동계올림픽을 차질 없이 준비할 적임자”라고 인사 배경을 설명했다.

하지만 노 차관 임명에 숨겨진 의미는 평창 동계올림픽에 그치지 않는다. 그는 문체부 국장 시절 ‘비선 실세’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씨와 관련해 청와대의 의중과 다른 감사보고서를 제출했다가 박 전 대통령에 의해 ‘나쁜 사람’으로 찍혀 쫓겨난 인물이기 때문이다.

발단은 2013년 4월 경북 상주에서 열린 전국 승마대회였다. 이 대회에서 정씨가 준우승에 그치자 청와대는 승마협회의 문제점을 조사해 보고하라고 문체부에 지시했다. 하지만 노 당시 국장은 최씨의 최측근인 박원오 전 승마협회 전무에 대한 부정적 평가까지 포함한 감사보고서를 제출했다. 이후 박 전 대통령은 유진룡 당시 문체부 장관을 불러 노 당시 국장과 부하 과장 이름을 직접 거론하며 “참 나쁜 사람이라고 하더라”며 인사조치하라고 지시했다.

이 때문에 노 차관 임명은 문재인 대통령이 ‘적폐 청산’에 대한 의지를 다시 한번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정권에 휘둘리지 않고 소신있게 일 처리를 한 공무원을 중용함으로써 공직사회에 메시지를 던진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김 신임 법제처장 임명으로 여성의 ‘유리 천장’을 깨겠다는 문 대통령의 인사 원칙도 재확인됐다. 청와대는 김 법제처장에 대해 “여성과 아동 등 사회적 약자들의 권리 보호를 위해 헌신해왔다”고 평가했다.

예산과 공공정책을 총괄하는 기획재정부 2차관에는 김용진(56) 한국동서발전 사장이 임명됐다. 김 신임 차관은 기재부 공공혁신기획관과 사회예산심의관을 거쳐 박근혜정부에서 대통령 직속 지역발전위원회 기획단장을 지냈다.

문 대통령은 또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사무처장에 황인성(64) 한신대 외래교수를 임명했다. 황 신임 사무처장은 참여정부 시절 청와대 시민사회수석을 지낸 바 있다. 국토교통부 1차관에는 손병석(55) 국토부 기획조정실장이 임명됐다.

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