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화 포기 어렵다'…靑 '호소문'에 담긴 뜻

입력 2017-06-09 16:35

청와대는 강경화 외교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 경과보고서 채택을 당부하는 호소문을 발표하며 ‘포기는 없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청와대는 전병헌 정무수석 등 정무라인을 총동원해 야당 설득에 나서는 모습도 보였다. 낙마자가 한 명이라도 발생할 경우 국정 운영의 주도권이 흔들리고, 후속 인선과 주요 정책과제 추진의 동력을 잃을 수 있다는 우려가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정치권 안팎에선 청와대가 강 후보자 임명을 관철하기 위한 명분쌓기 정지작업을 시작했다는 해석도 나왔다. 그러나 이 경우 일자리 추가경정예산안, 정부조직법 개정안 등 국회 협조가 필요한 국정과제가 발목 잡힐 수 있어 여권의 고심이 커졌다.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9일 브리핑에서 이달 말 한·미 정상회담과 다음 달 주요 20개국(G20) 정상회담 등 산적한 외교 현안을 거론하며 강 후보자 임명의 시급성을 설명했다. 

박 대변인은 “국회는 한·미 동맹의 중요성을 누누이 강조해 왔다. 문재인정부 들어 그 첫 단추 꿰기를 목전에 두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 강 후보자 자질을 언급하며 “국제사회에서 검증된 인사로, 유엔에서 코피 아난과 반기문 전 사무총장, 안토니우 구테헤스 현 사무총장 총장이 모두 중용했다”고 했다. 강 후보자 한 명만 직접 거론해 호소문을 발표한 이유에 대해 “시급한 부분이 있어서 특별히 정중히 요청한 것”이라고 했다.

청와대의 메시지는 전 정무수석을 통해 야당 지도부에도 직접 전달됐다. 전 수석은 이날 국회를 찾아 주호영 바른정당 원내대표, 박주선 국민의당 비대위원장, 정우택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등을 차례로 면담하며 강 후보자 보고서 채택 협조를 부탁했다.

그러나 주 원내대표는 “능력만 있으면 도와주려 했는데 (인사청문회 때) 북핵 문제를 자신감 있게 대답을 하지 못했다”고 했고, 박 비대위원장은 “부적격 후보자에 대해 눈감고 통과시키는 것이 야당의 미덕이 아니고 국민 바람이 아니다”고 했다.

제1 야당인 한국당은 문 대통령이 추진하려던 국회 상임위원장과의 오찬에도 불참키로 했다. 정 원내대표는 “청문회에서 부적격자로 드러난 분들을 임명 강행하려는 기미가 보이는데 여야 상임위원장을 불러 밥을 먹자는 게 과연 진정한 소통인지 의문”이라며 “일방통행식 국정에 들러리 서기 어렵다”고 말했다. 전 수석은 이에 “소통자리를 지나친 과잉반응으로 거부하는 것은 모양이 안 좋다”고 말했다.

여권은 야당이 강 후보자 반대를 이미 당론으로 정해 협상의 여지가 낮다고 판단하고 있다. 문 대통령도 강 후보자 임명 의지가 강한 만큼 ‘협치’의 모습을 최대한 드러내 여론을 선점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우상호 민주당 의원도 오전 라디오 인터뷰에서 “야당이 존재를 드러내야 한다는 강박증에 사로잡힌 게 아니냐”며 “야당이 합리적으로 나올 때는 대화를 통해 설득을 해야 하지만, 너무 정략적으로 나올 때는 국민에게 직접 판단을 구할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태원준 기자 wjt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