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299석 중 불과 40석을 가진 국민의당이 이번 '인사청문회 정국'을 좌우하고 있다. 절묘한 의석 비중 때문에 국민의당이 결정이 사실상 청문회 '통과' 여부를 판가름하는 상황이 됐다.
국회는 9일 김동연 경제부총리 후보자의 청문보고서를 채택했지만, 김이수 헌법재판소장과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의 보고서 채택은 이뤄지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는 국민의당이 큰 영향을 미쳤다.
지금까지 국무총리, 헌법재판소장, 경제부총리, 국가정보원장, 외교부 장관,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 인사청문회가 마무리됐다. 이낙연 총리와 서훈 국정원장은 국회 인준 및 청문보고서 채택을 통해 임명됐다. 난항을 겪던 이 총리 인준은 부정적 입장을 보이던 국민의당이 전격 찬성으로 돌아서며 타결됐다. 자유한국당이 끝까지 반대했지만 국민의당이 여당 손을 들어줘 의결 정족수를 넘길 수 있었다.
서훈 국정원장은 큰 논란이 없어 캐스팅보트의 역할도 눈에 띄지 않았지만, 이후 인사청문회를 치른 네 후보자는 국민의당을 쳐다봐야 하는 상황이 됐다. 김이수 헌재 소장 후보자의 경우가 대표적이다. 김이수 후보자 인사청문특위는 더불어민주당 5명, 자유한국당 5명, 국민의당 2명, 바른정당 1명 등 13명으로 구성됐다. 청문보고서를 채택하려면 13명의 과반인 7명 이상이 찬성해야 한다.
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이 각각 찬성과 반대로 나뉜 상황에서 어느 쪽도 국민의당의 동의 없이는 과반을 얻을 수 없게 돼 있다. 보수 야당인 한국당과 바른정당이 함께 반대해도 국민의당이 찬성해버리면 도리가 없다. 거꾸로 민주당이 바른정당을 설득해 찬성한다 해도 국민의당이 반대하면 보고서는 무산된다.
헌재 소장 후보자 인사청문특위의 여야 간사들은 이날 국회에서 만나 이견 조율을 시도했지만, 결국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고 12일 다시 회동키로 했다. 오신환 바른정당 간사는 "청문 과정을 지켜봤겠지만 야당은 부적격하다는 게 대체적 기류"라며 "청문보고서 채택은 지금 당장 서둘러 할 부분이 아니다"라고 했다.
국민의당 관계자(김동철 원내대표)는 “당내 찬반 의견이 하나로 모아지지 않은 상태”라며 당 내부에 부정적 기류가 상당히 존재함을 시사했다. 이낙연 총리의 경우 당 차원에서 인준에 찬성키로 의견을 모았지만, 이번에는 아직 입장 정리가 이뤄지지 못한 것이다. 김이수 후보자 청문보고서는 결국 국민의당의 '입장'대로 적격도, 부적격도 아닌 채 당분간 표류하게 됐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강경화 후보자의 인사청문보고서를 채택해 달라고 국회에 호소했다. "간곡히"란 표현을 사용했다.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이달 말로 다가온 한미정상회담과 다음달 G20 정상회의 등 긴박한 외교 현안을 일일이 언급하며 "이를 준비해야 할 핵심인사(외교장관)가 없는 상태"를 토로했다.
문 대통령이 이렇게 호소하게 된 건 국민의당이 '강경화 불가론'을 들고 나왔기 때문이다. 강 후보자 인사청문회 직후 청와대는 '선방했다'는 시각을 내비쳤으나 국민의당은 '반대' 입장을 정리해 발표해버렸다. 외교통일위원회는 청문보고서 채택 여부를 논의할 회의조차 잡지 못하고 있다.
김상조 후보자 청문보고서 채택은 이날 또 불발됐다. 국회 정무위원회는 9일 오후 전체회의를 열어 청문보고서 채택에 나설 계획이었지만, 여야 간 입장차를 좁히지 못해 개의가 무산됐다. 정무위는 12일 오후 3시 전체회의를 열어 청문보고서 채택을 위한 논의를 할 계획이다.
태원준 기자 wjt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