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9일 강경화 외교부 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보고서를 채택해 달라고 국회에 호소했다. 청와대는 문 대통령의 이런 부탁을 전하며 "간곡히"란 표현을 사용했다.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강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가 지난 7일 개최됐지만 청문경과보고서 채택 논의에 진척이 없어 보인다"며 "국회에 간곡히 요청드린다. 인사청문경과보고서를 조속한 시일 내에 채택해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이 입장에는 문 대통령의 뜻이 담겨 있다. 아침 회의 때 대통령께서 특별히 요청하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 대변인은 "국회는 그동안 한·미동맹의 중요성을 누누히 강조해왔다. 문재인정부 들어 그 첫 단추 꿰기를 목전에 두고 있는데, 곧 한·미 정상회담이 열린다"며 "또 다음달 독일에서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담이 열리는 등 외교 현안이 산적해 있다. 오늘 오후 2시부터는 한·미 정상회담과 G20 정상회의 관련 정부와 청와대 간 회의도 열린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마땅히 이 일을 꿰차고 있어야 할 외교장관 없이 논의를 진행할 수 밖에 없는 실정이라 실로 안타깝다"면서 "강 후보자는 국제사회에서 검증된 인사다. 유엔에서 코피 아난 전 사무총장과 반기문 전 사무총장, 안토니오 구테헤스 현 사무총장이 모두 중용했다"고 강조했다.
박 대변인은 "강 후보자가 외교부와 유엔 무대에서 쌓아온 경험을 기반으로, 또 새로운 리더십으로 외교의 새 지평을 열어갈 수 있도록 도와줄 것을 간곡히 요청한다"며 국회에 청문경과보고서 채택을 거듭 호소했다.
강 후보자의 청문 경과보고서 채택은 여소야대 정국에서 '캐스팅보터' 역할을 하고 있는 국민의당이 '부적격' 결론을 내리면서 빨간 불이 켜진 상황이다. 인사청문회법에 따르면 국회는 청문요청서를 접수한 날로부터 20일 이내에 청문회를 마치고 청문경과보고서를 제출해야 한다. 대통령은 청문보고서가 채택되지 않으면 10일 이내에서 기간을 정해 국회에 보고서 채택을 다시 요구할 수 있다.
만일 이 기간까지도 국회에서 청문보고서가 채택되지 않으면 대통령은 청문회법에 따라 언제든지 후보자를 임명할 수 있다. 부적격 의견이 담긴 청문보고서가 채택되더라도 대통령은 역시 임명을 강행할 수 있다. 강 후보자에 대한 임명동의안은 지난달 26일 국회에 접수됐다.
이와 관련해 청와대 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나 "오늘 발표는 정성스럽게 예의를 다해 (청문보고서 채택을) 호소 드리는 것"이라며 "야당에 청와대의 요청이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강 후보자에 대해서만 따로 호소 입장을 발표한 이유에 대해서는 "외교 현안 때문에 특별히 요청을 드리는 것"이라며 "밀어붙이는 것으로 보이지 않기를 바란다"고 언급했다.
임명 강행 가능성과 관련해서는 "박근혜 정부에서는 (보고서 채택 기한을) 그 다음날로 바로 정해 임명을 강행한 적도 있다. 그런 것도 다 고려하고 있다"면서도 "지금 외교장관이 너무나 긴급하다는 필요성이 있음에도 대통령이 굉장히 정중히 요청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태원준 기자 wjt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