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집권 보수당이 8일(현지시간) 총선에서 314석을 확보해 다수당 지위를 지키겠지만 단독 정부 출범에 필요한 과반의석 확보에는 실패할 거라는 출구조사 결과가 나왔다. 브렉시트 협상을 앞두고 국정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의회 해산과 조기 총선을 감행한 테레사 메이 총리의 '도박'은 결국 실패로 끝날 가능성이 커졌다.
BBC 등 영국 방송 매체들은 오후 6시 투표가 끝나자마자 공동 출구조사 결과를 발표하며 보수당이 314석을 차지해 제1당 지위를 지킬 것으로 예상된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이는 기존 의석에서 17석이나 줄어든 것이다. 영국 의회 650석 중 326석에 12석이 부족하다.
어느 정당도 과반의석을 확보하지 못해 단독정부 구성이 어려운 상태를 '헝(Hung) 의회'라고 부른다. 아슬아슬하게 매달려 불안한 상태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 이 경우 다수당은 다른 당과 연정을 구성하거나 소수 정권을 출범시켜야 한다. 두 경우 모두 국정 운영이 쉽지 않다. 가장 최근의 '헝 의회'는 2010년 총선 때였다. 보수당의 데이비드 캐머런 당수는 자민당과 손잡고 연정을 출범시켰다.
야당인 노동당은 종전보다 34석을 늘려 266석을 확보할 것으로 예상됐다. 스코틀랜드국민당(SNP)은 34석, 자민당은 14석을 얻을 거라는 예측이 나왔다. SNP는 기존보다 22석이나 잃었고, 자민당은 6석을 더 얻었다. 웨일스민족당(PC)은 3석, 녹색당은 1석, 기타 정당들은 18석을 차지할 전망이다. 2016년 브렉시트 국민투표 때만 하더라도 기세등등했던 영국독립당(UKIP)은 그나마 1석 있던 것도 잃어 의회에서 퇴출됐다.
노동당이 SNP 등과 손잡을 경우 보수당을 제치고 정권을 출범시킬 수도 있지만 다른 정당들은 연정 협상에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
영국은 이달부터 유럽연합(EU)과 탈퇴 협상을 벌여야 한다. 메이 총리는 이를 위해 안정되고 강력한 지도력이 필요하다며 조기 총선 카드를 던졌다. 출구조사 결과대로 의석이 채워질 경우 메이 총리의 브렉시트 협상은 차질을 빚게 될 전망이다. 보수당이 저조한 성적을 거둔 데에는 브렉시트 협상에 대한 국민의 불안감, 최근 잇따른 테러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태원준 기자 wjt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