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탄핵사유 증언 나왔다… 코미 “수사중단 요청 충격”

입력 2017-06-09 00:32 수정 2017-06-09 02:03
제임스 코미 전 연방수사국(FBI) 국장이 8일(현지시간) 미국 상원 청문회에 출석해 증언을 하기 전 선서하고 있다. 코미 전 국장은 청문회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러시아 스캔들’ 수사 중단 압력 등에 대해 증언했다. AP뉴시스

제임스 코미(56) 전 미국 연방수사국(FBI) 국장이 도널드 트럼프(71) 대통령으로부터 마이클 플린(58)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에 대한 ‘러시아 스캔들’ 수사 중단 압력을 받았다고 폭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이후 최대 위기에 몰렸다. 탄핵 여론은 더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코미 전 국장은 8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국회의사당에서 열린 상원 정보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해 “트럼프 행정부는 법으로 보장된 FBI 국장의 10년 임기에서 나를 해고한 뒤 그 이유를 여러 차례 바꿨다. FBI 조직을 엉망이라고 말하는 등 나와 FBI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 자리를 빌어 FBI는 강하고, 정직하며, 언제나 독립적인 수사기관이라는 사실을 말하고 싶다”고 했다.

코미 전 국장은 전날 제출한 서면 답변을 통해 “지난 1월 27일 백악관 그린룸에서 만찬을 갖던 중 트럼프 대통령이 내게 FBI 국장으로 남기를 원하는지 물은 뒤 충성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코미는 당시 “언제나 정직하겠다”고 대답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지난 2월 14일 백악관 집무실에서 “플린 전 보좌관은 어떤 잘못도 저지르지 않았다”며 “플린을 놔줘라. 그는 좋은 사람”이라고 말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수사 중단 압력을 넣었다는 사실을 수사 책임자인 코미 전 국장이 분명히 밝힌 것이다.

코미 전 국장은 청문회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플린을 그냥 보낼 수 있는 방법을 알고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나는 그 말을 (수사 중단) 지시로 인식했다”고 증언했다. 그는 당시 트럼프 대통령의 말을 듣고 “충격을 받았다(stunned). 수사 중단 명령으로 생각했다”고 회고했다. 그렇게 생각한 이유에 대해 “트럼프가 대통령이기 때문”라고 했다.

공화당 소속 마르코 루비오 상원의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충성, 수사 중단, 자신에 대한 수사대상 배제와 관련한 공개적 표명을 요구했는가”라고 물었다. 코미 전 국장은 “바로 그 세 가지를 그(트럼프 대통령)가 요구했다”고 답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이 내 해임 사유를 놓고 거짓말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과의 대화를 기록한 이유에 대해서는 “나와의 면담 내용을 향후 거짓으로 발설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며 “조지 W 부시·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을 만났을 때에는 대화를 기록한 적이 없었다. 그럴 필요도 없었다”고 말했다. 자신과 대화 녹취록을 갖고 있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에 대해 코미 전 국장은 “녹음 테이프가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대통령의 사법방해는 탄핵사유다. 이를 입증할 방법에 대해 코미 전 국장은 “특검의 몫”이라고 했다. 그의 증언은 다음달부터 시작될 특검 수사를 앞둔 트럼프 대통령의 사법방해 혐의를 뒷받침하고 있다. 탄핵 여론에 불을 지필 가능성이 높다. 상·하원을 모두 장악한 공화당이 반대할 경우 당장 탄핵을 성사시킬 수 없지만 당내에서도 코미의 증언 내용과 이후 여론 추이에 따라 탄핵 지지자들이 형성될 수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P뉴시스

사법방해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러시아 스캔들’ 수사중단 압력이 사법방해(Obstruction of justice)인지를 놓고 논란이 거세다. 사법방해는 정당한 법 집행에 영향력을 행사하거나 방해, 지연시키는 행위를 말한다. 미 대통령은 반역, 뇌물수수, 기타 중대범죄를 저지를 때 탄핵되는데, 사법방해가 기타 중대범죄에 해당한다. 미 하원이 1974년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 탄핵안을 통과시킨 것도 닉슨이 워터게이트 도청 사건 수사를 방해해서다.

트럼프와 코미의 주요 대화 내용

▲1월 6일 뉴욕 트럼프타워 독대
-코미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과 관련된 외설 정보가 곧 언론에 보도될 겁니다”

▲1월 27일 백악관 만찬 독대
-트럼프 “FBI 국장으로 남기를 원하는가”
-코미 “10년 임기를 마치고 싶습니다”
-트럼프 “나는 충성을 원해”
-코미 “언제나 정직하겠습니다”

▲2월 14일 대통령 집무실 독대
-트럼프 “플린은 어떤 잘못도 저지르지 않았어. 플린을 놔줘. 그는 좋은 사람이야”
-코미 “그는 좋은 사람입니다”

▲3월 30일 전화 통화
-트럼프 “나는 러시아와 무관해. 직업여성과 연루되지 않았어. 러시아 (연루 의혹) 조사라는 ‘구름’을 걷어내기 위해 할 수 있는 게 뭔가”
-트럼프 “왜 의회에서 러시아와 트럼프 캠프의 관계를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는가”
-코미 “대통령은 조사받지 않고 있다고 양당 지도부에 브리핑했습니다”
-트럼프 “내가 조사받지 않고 있다는 걸 알리는 방법을 찾아봐”

▲4월 11일 전화 통화
-트럼프 “내가 조사받지 않는다는 사실이 알려지는 게 좋겠다고 말하지 않았나”
-코미 “보엔테 법무장관대행에게 보고했으나 아직 지침을 못 받았습니다”
-트럼프 “나는 당신에게 매우 충성하고 있기 때문에 당신이 알고 있는 ‘그것’을 내가 갖고 있어”

워싱턴=전석운 특파원,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