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정부 초대 내각을 구성하는 과정에서 ‘소신발언’들이 나오고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파면으로 10개월여 앞당겨 출범한 새 정부의 내각 구성을 서둘러야 한다는 의견은 여야를 구분하지 않았다. 대통령 인사원칙에 대한 비판은 여당에서, 새 정부에 대한 대승적 협조를 촉구하는 목소리는 야당에서 각각 불거졌다.
더불어민주당 오제세 의원 소신발언
“5대 원칙 적용하면 의원들도 다 걸린다”
오제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8일 문재인 대통령의 공직배제 5대 인사원칙을 비판하며 공약수정을 요청했다.
오 의원은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중진의원 오찬회의에서 “5대 원칙(위장전입·병역면탈·세금탈루·부동산투기·논문표절 연루자 공직 배제)에 어긋나는 사람은 임명하지 않겠다고 공약했는데 그 공약은 완전히 잘못된 것”이라고 말했다. 또 “총리, 공정거래위원장,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 등이 모두 5대 원칙에 걸렸다”며 “5대 원칙에 어긋나지 않는 사람이 어디 있느냐. 여기 있는 의원들도 하나씩은 다 걸린다”고 지적했다.
오 의원은 “인사청문회 제도는 도덕성과 정책 능력을 검증하는 것인데 제대로 검증도 못 하고 지키지도 못할 도덕성을 놓고 중요한 세월을 다 보내면 뭘 하자는 것인지 모르겠다”며 “그렇게 하면 대한민국이 망한다. 이것부터 고쳐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야당이 문 대통령의 발언을 계기로 전방위 검증공세에 나서면서 여권이 ‘자가당착’ 상황에 빠진 것을 정면 비판한 것이다.
오 의원은 또 “새 정부는 100일이 중요하다는데 30일이 지났다. 중요한 30일 동안 한 것이 뭐냐”며 “나라가 정상화되고 신선하다고 해서 잠시 지지율이 올라갔는데 좀 더 큰 정치를 해야한다”고 말했다.
일자리 추가경정예산안과 관련해서도 “양극화, 저성장·고령화 등을 해결하려면 10조원이 아니라 100조원, 200조원이 필요하다”며 “근본적으로 바뀌어야 하는데 10조원 추경으로 앉아서 논의할 때가 아니다. 10조원을 갖고 나라가 흥망 하는 것도 아니다”고 주장했다.
오 의원의 발언이 끝나자 한 참석자는 “그런 걸 이야기하자고 모인 것”이라고 했고, 다른 참석자는 “‘다 걸린다’는 표현이 좀 (과도하다)”고 말했다.
협조하자는 바른정당 소신파
“잘못은 비판하더라도 도울 건 도와야”
강경화 외교부 장관 후보자,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 인사청문보고서 채택에 부정적인 기류가 강한 바른정당에서 일부 ‘소신파’ 의원들이 목소리를 내고 있다.
김용태 바른정당 의원은 8일 오전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강경화 후보자 인선을 ‘외교 분야에서 유리천장을 깨는 파격 인사’로 평가하며 “나름대로 우리가 지켜주는 것이 어떨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인 김 의원은 “해당상임위 청문위원이 아니기 때문에 언론 보도 이상의 정보를 갖고 있지는 못하다”면서도 “(강 후보자의) 신상 문제가 파격 인사를 무산시킬 정도는 아닌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강 후보자를 부적격으로 보는 기류가 강한 바른정당 분위기와 다소 차이가 있는 입장이다.
같은 당의 하태경 의원은 지난 6일 페이스북에서 김상조 후보자의 청문 보고서를 대승적으로 통과시켜주자고 제안했다. 하 의원은 “도덕적인 흠결이 있다고 해서 능력있는 사람을 쓰지 못하면 그 피해는 국민들이 본다”며 “인사청문회가 국정마비제도였던 과거의 악순환을 이제는 끊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종구 정책위의장도 “김 후보자가 지금까지 재벌개혁에 힘써온 부분을 인정할 필요가 있다”며 하 의원 의견에 힘을 실었다.
이들의 주장에는 야당으로서 현 정부가 잘못한 건 강력히 비판하더라도 협조할 것은 협조하자는 뜻이 담겨 있다. 두 후보자가 도덕성 논란과 신상 관련 의혹에서 자유롭지 않지만 조속한 국정 안정을 위해 내각 구성에 대승적으로 협력하자는 취지다.
다만 두 후보자와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에 대한 부정적 기류가 워낙 강한 자유한국당에서는 이러한 ‘소신 발언’이 나오지 않고 있다.
전웅빈 이종선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