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여옥 전 한나라당 의원이 “인사청문회장에 선 강경화 외교부 장관 후보자가 ‘거짓말쟁이’가 아니라는 사실을 말하고 싶다”며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강 후보자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전 전 의원은 강 후보자와 함께 KBS에서 근무했었다. 그는 “정말 이런 글 다시 쓰려고 하지 않았는데 망설이다가 쓴다”며 장문을 게시했다.
전여옥 전 의원은 “저로서는 참 드문 일이다. 어제 강경화후보자의 청문회를 지켜봤다"면서 “한 나라의 외교수장은 워낙 막강한 자리이므로 지긋지긋한 자유한국당 의원들의 날선 혹은 흠결잡기 검증까지도 이해한다”고 말했다.
이어 ‘남편과 경제적으로 분리됐다?’ ‘그래도 아버지가 KBS 아나운서인데 부모를 부양했다? 도대체 말이 되는 소리인가' 하는 쪽으로 청문회장은 물론이고 언론도 여론도 그렇게 돌아가고 있는 듯하다면서 “그런 비난을 듣는 내 가슴이 아팠다”고 했다.
그는 “나는 타인의 사생활을 존중한다. 그래서 되도록 입을 다문다. 강 후보자에 대해, 사생활에 대해 속속들이 알지 못하고 또 일부 아는 사항도 일부러 언급하지 않았다”며 “그런데 적어도 강 후보자가 ‘거짓말쟁이’가 아니라는 사실은 꼭 말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전 전 의원은 KBS 기자 시절 강 후보자와 옆 부서에서 근무한 일화를 소개한 뒤 “그와 바로 옆 부서에서 일했던 80년대 중·후반 약 3년 동안 저는 그를 유심히 관찰했다”면서 “일종의 내 습관이고 취미였다. 내가 캐묻지 않아도 무심코 나오는 말들이 있었다. ‘남편과 생활비를 절반씩 정확하게 나눠 낸다’는 말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각자 벌어서 생활비를 딱 반으로 낸다는 당시로서는 좀 ‘혁신적인(!) 부부’였다”면서 “예를 들면 남편이 좋아하는 오디오를 사는데 그 비용도 반씩 낸다고 했다. 내가 ‘오디오는 남편이 좋아 사는 것인데 왜 반씩 내나요?’했더니 ‘그래도 한 집에서 같이 듣잖아요’라고 답한 기억이 난다”며 강 후보자와의 일화를 언급하기도 했다.
전 전 의원은 또 “그녀가 풍족한가, 혹은 사치를 부릴 여력이 있는가를 여자들은 안다. 예전에 그녀(강경화)가 맨날 청바지에 티셔츠 차림이었다고 썼는데 정신없이 돈을 벌기 위해 외모를 치장할 여유도, 여력도 없는 것을 나는 눈치챘다“고 덧붙였다.
이어 “어제 또 하나의 제가 모르던 사실을 알았다”면서 “(강경화 후보가) 친정아버지의 빚을 떠안았던 사실이다. 그 아버님은 방송계에서 빛나던 원로 아나운서였다. 강경화 후보자, 결코 불쌍한 부모 봉양하는 효녀 코스프레 하는 것이 아니다. 거짓말하는 스타일이 아니다. 아마 남편과 완전히 독립된 경제 역시 분명히 친정 부모의 빚도 원인이 됐을 거다”라며 강 후보자의 청렴함을 강조했다.
전 전 의원은 마지막으로 “이 글이 강경화 후보자의 사생활을 드러내기 위해 쓴 것이 아님을 알아줬으면 한다”면서 “최선을 다해 고생하며 살아온 여성인데 강경화 후보자가 잘 됐으면 좋겠다”고 마무리했다.
전 전 의원은 지난달 30일 채널A ‘외부자들’에서도 강 후보자에 대해 “국제회의에 함께 참석한 적이 있었는데 강 후보자의 능수능란한 회의 진행에 기립박수까지 나왔다”면서 강 후보자를 칭찬했다. 그러면서 “강 후보자와 좋은 기억은 춤도 잘 추고, 권위 의식도 없고, 스스로 권위 의식을 버린 점”이라며 “그는 최고의 외교부 장관이 될 것이다.신데렐라가 아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국민의당은 8일 국회에서 의원총회를 열어 강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보고서 채택을 반대하기로 입장을 정했다. 기존에 반대입장을 취하던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과 함께 야3당이 모두 반대키로 하면서 강 후보자 임명에 빨간불이 켜졌다.
이날 경기 광주 '나눔의 집'에 거주 중인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90)·이옥선(91)·박옥선(94) 할머니는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강경화 외교부 장관 후보자가 꼭 장관이 돼서 우리 역사의 큰 문제인 위안부 문제를 해결하도록 했으면 좋겠다”며 강 후보자 임명 동의를 촉구하기도 했다.
박효진 기자 imher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