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8일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따끔한 질책을 했다. 조류인플루엔자(AI) 방역 대책이 보고되자 "보고된 대책이 의례적인 것 같다"며 "기존 관성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수보회의 결과를 브리핑하며 당시 분위기를 전했다. 잠잠해진 듯했던 AI가 최근 다시 확산되고 있어 농식품부에서 추진 중인 대책이 보고됐다. 이에 문 대통령은 "AI 바이러스 변종의 토착화가 의심되는 상황"이라며 "이를 엄중하게 인식하고 관성적인 문제 해결 방식에서 벗어나라"고 말했다. 근원적 해법을 찾아야 한다는 의미였다.
문 대통령 발언에 질책이 담겨 있었느냐는 질문에 박 대변인은 "당연히 담겨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상황보고에 대통령은 아주 전문적인 부분을 이야기하면서 '지금 추진하는 종합대책이 의례적인 것 아니냐' '근원적인 인식 전환 필요한 때다'라고 했다. 표현은 '의례적 대책'이라고 했지만, 질책과 독려의 의미가 함께 있었다"고 전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번 수보회의에서는 AI 확산 상황과 관련해 "국무총리를 컨트롤타워로 완전 종료 때까지 비상 체제를 유지하면서 근본적인 해결 대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한편 농식품부는 전통시장에서 살아있는 닭의 유통을 원천적으로 금지하는 방안을 추진키로 했다. 전국 전통시장에서 닭, 오리 등 살아있는 가금류를 거래할 때는 반드시 도축 후 유통하도록 하는 내용을 포함해 '가금산업 발전대책'(가칭)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8일 밝혔다.
이 대책에는 전통시장에서 가금류를 산 채로 거래하는 행위를 근절하기 위해 소규모 도계장 설치를 지원하는 내용이 포함된다. 도계장은 가축 중 닭을 도살·처리하는 시설을 말한다. 정부는 내달까지 연구용역을 실시하는 한편 각 지자체의 도계장 설치 수요를 조사하고, 내년에 3개소를 설치해 시범 사업을 할 방침이다.
연간 유통되는 '살아 있는 닭'은 1500만 마리 정도다. 이번에 다시 발생한 AI 사태는 전북 군산의 종계농장이 'AI 오골계' 3천600마리를 유통하면서 시작됐다. 군산 종계농장에서 닭을 사지 않은 농가는 전통시장을 거쳐 교차 감염이 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중간유통상과 소규모 농가들이 수시로 드나들며 살아있는 닭, 오리를 소규모로 사고, 파는 과정에서 바이러스가 퍼졌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5일부터 전국 모든 전통시장과 가든형 식당에서 살아있는 가금류의 유통을 전면 금지한 데 이어 8일 0시부터는 AI 발생지역에서의 살아있는 가금류 반출도 전면 금지했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현재의 거래 방식을 뜯어고치지 않으면, 언제든 이번 사태가 반복될 수 있다고 보고 전통시장에서 살아있는 닭의 유통 금지를 추진할 방침이라고 농식품부는 설명했다.
태원준 기자 wjt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