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정부 계속 '시험'하는 北… 또 지대함미사일 발사 '실험'

입력 2017-06-08 08:26

북한이 8일 아침 지대함 탄도미사일로 추정되는 발사체를 여러 발 발사했다. 합동참모본부는 "북한이 강원도 원산 일대에서 동해 방향으로 지대함미사일로 추정되는 불상의 발사체 수발을 발사했다"고 밝혔다. 이는 문재인 대통령에게 즉시 보고됐다.

북한이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것은 지난달 29일 강원도 원산 일대에서 스커드 계열 탄도미사일을 쏜 지 10일 만이다. 당시 발사한 미사일도 지대함·지대지 겸용 미사일로 추정됐다.

북한은 올 들어 10번째 미사일 발사 실험을 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에는 4차례 발사했다. 문재인 정부가 민간단체의 방북 접촉을 승인하는 등 북한과의 대화 모색하는 상황에서 북한은 거꾸로 도발을 이어가고 있다. 

북한은 지난 6일 6·15 남북공동선언과 10·4 정상선언의 선(先) 이행을 주장하며 문재인정부의 남북 민간교류 활성화 방침에 제동을 걸었다. 6·15 남북공동행사의 성사를 관계 개선의 선결조건으로 삼겠다는 의도가 다분히 담겨 있었다. 남북관계 주도권을 쥐기 위해 새 정부를 상대로 ‘뒤집기’를 시도하는 측면도 있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6일 해설기사에서 “남조선에서 정권이 바뀌었다고 해서 북남관계가 저절로 개선되는 것이 아니다”며 “문제는 누가 집권했는가에 있는 것이 아니라 민족 공동의 통일대강인 6·15 공동선언과 10·4 선언을 존중하고 이행할 의지가 있는가 없는가에 있다”고 밝혔다.

신문은 “북남 민간교류 활성화가 전면 폐쇄 상태에 처한 현 북남관계를 되살리는 데 필요하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도 “인도적 지원이나 민간교류를 허용한다고 북남관계가 개선된다고 볼 수 없다”며 “(6·15, 10·4 선언에 대한) 입장과 태도는 북남관계 개선을 바라는가, 아니면 동족대결을 추구하는가를 가르는 기본 척도”라고 주장했다.

이는 우리 정부가 6·15 남북공동행사를 허용해야 관계 개선에 호응할 수 있다는 메시지로 해석된다. 북측은 우리 측 민간단체의 방북 신청은 잇달아 거부하면서도 6·15 남측위원회와의 공동행사 관련 협의는 계속 진행하겠다는 의사를 밝혀왔다. 6·15 남측위는 방북 인원과 행사 내용 등을 북측과 추가 협의한 뒤 통일부에 방북신청을 낼 방침이다.

하지만 북한이 행사 장소로 평양을 고집하고 있어 우리 정부로서는 부담이 적지 않다. 일단 새 정부 출범 직후 남측 인사의 평양 방문을 허용하는 것부터 논란의 소지가 크다. 행사 중 일부 인사의 부적절한 언행이 돌출될 경우 문재인정부의 대북정책은 시작부터 꼬이게 된다.

지금까지 북한은 문재인정부의 민간교류 활성화 제안을 받을지 말지 선택해야 하는 수동적 입장이었다. 북한이 6·15 행사를 걸고 역제안을 내밀면서 선택의 기로에 선 것은 반대로 우리 정부가 됐다.

북한의 이런 태도에도 통일부는 7일 "북한이 우리 민간단체의 방북을 보류했는데 남북 관계 개선을 위한 정부의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면서 "북한이 우리 민간단체들의 방북 추진 등에 대해 호응해 나오기를 촉구한다"고 말했다. 

이덕행 통일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평양 6·15공동행사'를 위한 6·15남측위의 방북 허용 여부와 관련, "사업의 목적과 남북 관계 개선에 미치는 영향, 국제 환경 등의 차원에서 (승인 여부를) 검토해 나가겠다"며 "남북 간에 합의가 많고 남북이 (이 모든 것에 대한) 합의를 잘 존중하고 이행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북한은 이런 상황에서 다시 미사일 발사 실험을 강행하며 '찬물'을 끼얹었다. 통상 도발 이후 미국을 향해 거친 발언을 쏟아내던 것과 달리 이번엔 일본을 겨냥해 목소리를 높였다. 

북한의 대외선전단체인 조선평화옹호전국민족위원회는 8일 대변인 성명을 통해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를 비롯한 일본 고위 당국자들이 최근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를 규탄한 것을 비난하며 "미국보다 먼저 일본이 초토화될 수 있다"고 위협했다.

이 성명에는 "일본의 아베 패당이 우리의 자위적 국방력 강화조치를 악랄하게 걸고 들며 미국의 반공화국 제재·압박 책동에 추종하여 제일 못되게 놀아대고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고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일본이 우리의 탄도로켓들이 솟구쳐오를 때마다 엄살을 부리며 '안보 불안'을 극구 고취하는 것은 북핵 위협을 구실로 군사 대국화에 더욱 박차를 가하여 군국주의 부활과 아시아 재침 야망을 기어이 실현해보려는데 그 간교하고 불순한 목적이 있다"라고도 했다.

문재인 정부는 북한을 어떻게든 대화의 장으로 끌어내려는 정책 방향을 수립해가고 있다. 제재와 압박도 결국은 대화를 통해 북핵 문제를 해결하려는 수단임을 분명히 했다. 이를 위해 필수적인 국제사회의 동의와 협조를 확보해야 하는데, 북한은 잇단 도발과 거친 발언을 통해 거꾸로 국제사회를 자극하며 문재인 정부를 고민에 빠뜨리고 있는 상황이다.

태원준 기자 wjt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