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대검찰청 합동감찰반은 7일 ‘돈봉투 만찬’에 사용된 돈의 출처가 모두 특수활동비라고 밝혔다. 이영렬 전 서울중앙지검장은 만찬에 배석한 법무부 검찰국 과장 2명에게 각각 100만원이 든 돈봉투를 건넸다. 안태근 전 법무부 검찰국장도 검찰 특별수사본부 소속 차장·부장검사들에게 70만~100만원이 든 돈봉투를 수사비 명목으로 지급했다.
같은 특수활동비로 비슷한 금액의 돈봉투가 오갔지만 두 사람이 청탁금지법(김영란법)을 어겼는가에 대한 합동감찰반의 판단은 달랐다. 이 전 지검장은 청탁금지법 위반으로 검찰 수사를 받게 된 반면, 안 전 국장은 ‘면직’ 징계만 받았을 뿐 검찰 수사는 면했다. 왜 그럴까.
합동감찰반은 이 전 지검장이 검찰국 과장 2명에게 식사(1인당 9만5000원)와 100만원이 든 돈봉투 등 총 109만5000원의 금품을 제공한 점을 문제삼았다. 청탁금지법 8조는 공직자가 직무관련성이나 대가성 여부와 관계없이 동일인으로부터 1회에 100만원 또는 연간 300만원을 초과하는 금품을 받거나 요구 또는 약속해선 안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때문에 합동감찰반은 이 전 지검장이 청탁금지법을 위반했다고 판단해 대검에 수사를 의뢰했다.
이 전 지검장이 안 전 국장에게 청탁금지법상 식사비 상한선인 3만원을 넘긴 9만5000원짜리 식사를 대접한 것도 법 위반에 해당한다. 합동감찰반에 따르면 이 전 지검장과 안 전 국장 등 총 10명이 참석한 만찬비용은 총 95만원이었고, 서울중앙지검의 업무추진비 카드로 결제됐다. 감찰반은 돈봉투를 받은 검찰국 검사들의 경우 만찬 직후 돈봉투를 돌려준 점을 참작해 청탁금지법 위반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반면 검찰의 인사·예산권을 쥐고 있는 안 전 국장의 경우 판단근거가 다르다. 합동감찰반은 “검찰국장은 검찰행정에 대한 일선 검사 지휘·감독권과 예산 집행권한을 가진다”며 “특수활동비 용도 범위 내에서 지급된 수사비는 청탁금지법상 ‘상급 공직자 등’이 주는 금품이거나 법무부가 소속 검찰 공무원에게 주는 금품에 해당된다”고 밝혔다. 일선 검사들을 지휘·감독하는 법무부 검찰국장의 정당한 수사비 지급이어서 청탁금지법 위반은 아니라는 것이다.
합동감찰반은 안 전 국장이 이 전 지검장으로부터 9만5000원짜리 식사를 대접받은 부분도 ‘고의성’이 없어 청탁금지법 위반사항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감찰반은 “안 전 국장이 만찬 전 운전기사에게 식사비용을 검찰국에서 내라고 지시했는데 막상 기사가 계산하려고 보니 서울중앙지검에서 결제를 먼저 했다”며 “안 전 국장은 그 이후에도 검찰국에서 계산한 것으로 알고 있었고, 문제가 불거진 다음에야 서울중앙지검에서 계산한 사실을 알았다”고 말했다.
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