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를 울린 사진, ‘알레포 피투성이 소년’ 지금은…

입력 2017-06-07 15:41

지난해 8월 피와 먼지로 범벅이 된 채 초점 없는 시선으로 멍하니 앉아 있던 시리아 소년의 사진과 영상이 공개됐다. 국제사회에 큰 충격을 던졌다. 어린이답지 않은 어린이, 어린이가 어린이다울 수 없는 내전의 참상을 아이는 몸으로 알려줬다.

아이의 이름은 옴란 다크니시(5). ‘알레포 소년’으로 알려진 옴란은 러시아와 시리아 정부군의 마지막 알레포 공습 때 죽음의 위기를 넘기고 살아남았다. 작은 아이의 체념한 듯한 표정은 시리아의 고통을 상징하는 이미지가 됐다.


텔레그래프와 가디언 등 영국 언론은 5일(현지시간) 옴란의 최근 모습이 담긴 영상과 사진을 공개했다. 옴란은 건강하게 회복된 모습으로 아버지 무릎에 앉아 취재진을 만났다. 다행히 내전의 참상이 묻어 있던 10개월 전 모습은 많이 벗어낸 터였다.

옴란의 근황이 전해진 것은 최근 시리아 친정부 방송이 옴란 가족을 인터뷰하면서였다. 옴란의 아버지 모하메드 다크니시는 인터뷰에서 “시리아 반군과 해외 매체들이 옴란의 사진을 이용해 시리아 정부와 아사드 대통령을 비난하려는 것”이라고 불평했다. 아들의 피가 선전에 이용됐다는 얘기였다.

이것은 역설적인 말이었다. 무차별 공습으로 옴란을 죽음의 위기로 몰아간 건 오히려 시리아 정부군이었다. 당시 공습으로 옴란의 형 알리 다크니시(10)는 숨을 거뒀다. 이 때문에 옴란 가족 인터뷰 역시 시리아 정권의 강압과 회유로 이뤄진 것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옴란의 사진을 찍었던 알레포 반정부활동가 마무드 라슬란은 지난 4월 미국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아사드 정권이 옴란 가족과 서구 언론의 접촉을 차단하기 위해 가택연금을 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번 인터뷰에 응한 옴란의 얼굴에는 더 이상 피가 묻어 있지 않았지만, 그가 겪은 비극의 그림자는 여전히 소년을 가리고 있다.

이형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