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가 군 보충역 복무를 위한 허위 시력검사 의혹을 부인했다. 김 후보자는 징병과 공무원 임용 신체검사를 5년 간격으로 각각 실시한 결과 시력이 다르게 측정돼 현역 입대 회피 의심을 받아 왔다.
김 후보자는 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징병 신체검사의 시력 측정이 단순하게 진행되는 점을 악용해 의도적으로 시력을 낮췄다고 의심할 수밖에 없다”는 박주현 국민의당 의원의 지적에 “군대에 안 가겠다는 생각조차 못했던 시기였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김 후보자가 1977년 병무청 신체검사에서 좌우 시력 0.04로 근시 판정을 받고 보충역으로 복무했지만, 1982년 행정고시에 합격해 실시한 신체검사에서 왼쪽 0.3 오른쪽 0.2로 시력이 상승했다며 현역 입대 회피 의혹을 제기했다.
박 의원은 청문회에서 이 의혹을 집중 추궁했다. 김 후보자는 병무청 신체검사 당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곧바로 취업해 힘든 시기를 보내면서 현역 입대를 회피할 이유가 없었고, 시력 측정 방법 역시 단순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병역 문제는 중요하기 때문에 소명할 기회를 갖고 싶다”며 “공무원 임용 때 시력검사는 경찰병원에서 이뤄졌다. 벽에 (시력검사표를) 붙이고 (한쪽 눈을) 가리는 방식의 검사였다. 징병 신체검사에서 시력이 일정 기준 이하로 측정되면 정밀검사를 실시했다. 정밀검사에서 그런(한쪽 눈을 가리고 시력검사표를 보는 단순한 방식의) 검사가 아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이어 “아무리 1970년대라 해도 (단순한 방식의 시력검사로) 현역 입대를 판정하겠는가. 육안으로 측정하는 시력검사의 최하점은 0.1이다. 0.04는 시력검사표에 나오는 등급도 아니다”라며 “정밀검사에서 시력 0.04를 측정했던 방식과 공무원 임용 때 0.2~0.3으로 나타난 측정 방식은 다르다. 같은 선상으로 ‘시력이 좋아졌다’고 봐서는 안 된다”고 했다.
그는 “(입법·행정)고시 공부를 했을 때 만 23세였다. 고졸로 직장을 다니면서 가장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었다. 그때 입대를 안 할 생각도 없었다”며 “(보충역으로) 만기 제대하고 시험을 봤다. 고시 공부는 병역을 마친 뒤 시작했다”고 강조했다.
김 후보자는 서울 덕수상고(현 덕수고)를 졸업하고 1982년 입법고시와 행정고시를 동시에 합격한 ‘흙수저 고졸신화’의 주인공이다. 1983년 3월 예산을 다루는 경제기획원(EPB)에서 공직을 시작했다. 다른 후보자들보다 도덕성 관련 의혹이 상대적으로 적게 제기됐다. 인사청문회는 그의 ‘경제 수장’ 자질 검증 위주로 진행되고 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