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다리가 저리고 허리가 아픈 증세가 발생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김세윤) 심리로 박 전 대통령의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뇌물) 등 혐의에 대한 14차 재판이 7일 열렸다. 박 전 대통령 측 변호인으로 나선 이상철 변호사는 공판에 앞서 박 전 대통령의 체력이 약해졌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변호사는 "(그동안) 입식 생활(탁자, 의자, 소파 등을 이용해 바닥에 직접 앉는 자세가 최소화된 생활 방식)을 하던 사람이 구치소나 교도소에 수감되면 좌식 생활로 바뀌어 허리나 관절이 안 좋아진다. 이 때문에 수용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면서 박 전 대통령의 다리와 허리 통증이 '좌식생활'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박 전 대통령은) 전직 대통령이기 전에 나이가 66세인 고령의 연약한 여자”라며 “주4회 출석해 재판을 받는 것은 체력적으로 감당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재판부가 10월 중순 구속 만기를 염두에 두고 다음 주부터는 주 4회 재판을 진행한다고 한 것에 대해 불만을 제기한 것이다.
박 전 대통령이 한때 최고 지도자였음을 강조하기도 했다. 이 변호사는 “박 전 대통령은 일국의 최고 지도자로 오른 우리 모두의 영원한 전직 대통령”이라며 “전직 대통령으로서 최소한의 품위 유지를 배려받을 권리가 있다”고 재판부에 호소했다.
또 "저희 변호인단도 주 4회 재판을 감당할 수가 없다. 12만4000페이지가 넘는 방대한 수사기록 검토에 착수했지만 저희가 일독하는 데만도 긴 시간이 필요할 뿐 아니라 문제점 분석과 재판 대응 방향을 수립하는 데는 더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일본의 '옴진리교 사건'을 예로 들기도 했다. 그는 "저희도 최대한 신속한 재판 진행에 협조하겠지만 실체적 진실 가리는게 더 중요하다"며 "일본의 옴진리교 사건은 10년에 걸쳐 진행됐는데, 이번 사건(박 전 대통령 사건)이 그에 못지 않다고 생각한다. 등장인물 430명이 넘는 복잡한 사건을 주 4회씩 하려니 역부족"이라고 언급했다.
이날 재판에도 박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방청석에 대거 자리를 잡았다. 박 전 대통령이 법정에 출석하면서 작은 소란이 벌어졌다. 지지자들이 방청석에서 일제히 일어나려 하자 법정 경위들이 “일어서지 마세요”라며 제지했다. 재판부도 지지자들을 황급히 자제시켰다.
판사는 “방청석에서 소란행위가 있으면 퇴정 및 과태료 감치에 처해질 수 있다”며 “피고인(박 전 대통령)에게 불상사가 일어날까봐 그런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면서 “방청객들이 한꺼번에 자리를 이동하거나 앞으로 나올 경우 통제할 수 없는 불상사가 일어날 수 있다”이라며 “법정 경위들의 통제를 잘 따라 달라”고 부탁했다.
이날 재판에선 박 전 대통령의 '문화계 블랙리스트' 개입 여부를 놓고 검찰과 변호인 측의 공방이 벌어졌다. 박 전 대통령은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조윤선 전 문체부 장관 등과 공모해 정부 비판 성향의 문화 단체에 지원금을 배제하고, 이를 이행하지 않는 공무원들에겐 인사상 불이익을 줬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